4년6개월 만에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 동아일보 노동조합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가 자사지면을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가 신뢰를 잃는 이유로 ‘보수-대기업 편’이라는 인식이 많다는 분석을 냈다.
공보위는 이달 발표한 ‘공보위광장’(광장)에서 전현직 독자위원, 전문가, 일반독자, 편집국 기자 등 38명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보위는 이들이 대체로 동아일보의 편향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개별 기사에서는 오류가 없어도 한쪽 진영에 유리한 기사는 크게, 불리한 기사는 작게 쓰는 편향이 있다는 것이다.
공보위는 “대학생, 언론학자, 전문가 등 각종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동아는 수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그간 우리의 노력이나 실체와 무관하게 동아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보위는 “이런 맥락에서 몇몇 반례를 들며 ‘우리도 보수 진영을 비판했다는’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독자에게 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자들 중에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 시절의 보도에 실망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인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광장’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으로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사안에) 접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주부 독자는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공격적이었던 신문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판의 날이 약해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기업 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으로 활동한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역시 ‘광장’에서 “동아가 전체적으로 공정성에 신경 쓰는데 유독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는 가장 앞장서서 반대 진영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특종으로 선전했지만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중배 시사평론가는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는 특종 하나를 ‘빵’ 터뜨린다고 해서 바로 이미지가 바뀌지는 않는다. 어차피 뚜벅뚜벅 가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에 최영훈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광장’에서 “중간층의 지지를 받는 합리적 보수가 돼야 한다는 게 개인생각”이라며 “정치권력뿐 아니라 재벌로 상징되는 대기업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일보 노동조합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조합원 454명(243명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동아일보 구성원들의 사기수준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 중 56.3%가 ‘낮다’고 답했다. ‘매우 낮다’도 21.3%에 달해 조합원의 77.6%, 10명 중 8명이 사기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설문결과를 분석한 인사관리 전문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언론사의 사기가 존폐위기에 놓인 기업에서나 나올만한 수준이라 충격적”이라며 “경영진이 명료한 비전과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계획을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