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암중모색'…진보-보수 공동제작 성과

중앙-한겨레 '사설 속으로' 게재 배경



   
 
  ▲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21일자 신문에서 공동으로 게재한 ‘사설 속으로’ 기사.  
 
양측 구성원 설득, 시험판 제작 준비
“정보 홍수 시대 균형잡힌 시각 기대”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분석해 보여주는 지면 ‘사설 속으로’를 공동 제작했다. 지난 21일부터 매주 화요일 두 신문에 싣기로 해 언론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각각 20일 사고를 통해 “건강한 토론 문화를 뿌리내리고, 청소년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길러주기 위한 뜻있는 일을 시작한다”며 “같은 사안을 다룬 두 언론사의 사설에 담긴 관점과 논거를 정리하고 관련 지식의 탐구를 돕는 내용으로 채워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사설 분석을 하게 된 데 대해 “사설은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신문사의 책임 있는 주장”이라며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깊이 살피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세상을 보는 바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사설 속으로’는 중앙일보에서 추천한 김기태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 허병두 숭문고 교사와 한겨레에서 추천한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 교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가 맡아 두 신문의 사설을 분석할 예정이다.

21일 첫 지면에는 허병두 숭문고 교사가 맡았다. 평소 NIE 수업으로 명망이 높은 허 교사는 이날 ‘사설 속으로’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각기 다른 논조를 보인 두 신문에 대해 평가했다. 중앙은 ‘정년 연장의 부담은 누가 떠맡나’(4월24일) 사설에서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한겨레는 같은 날 ‘정년 연장이 임금 삭감의 빌미가 돼서는 안 돼’라는 사설로 노동자들의 임금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피력했다.

허 교사는 “두 사설 모두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사는 한겨레에 대해 “문제를 단지 60세 정년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거시적 관점까지 다양하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논의의 초점을 분산시켜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에 대해서도 “기업들만 죽어난다와 같은 불필요한 표현으로 스스로 논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며 “그럼 노동자만 죽어나라는 식이냐는 감정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중앙과 한겨레가 각자의 사설을 비판적으로 보는 동시에 외양을 확대해 보수와 진보의 간극을 메우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기획은 지난해 연말 중앙이 지면개편을 추진하면서 한겨레 측에 의사를 타진하면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담당 기자들이 논설위원들을 직접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등 다소 간의 지난한 과정을 겪기도 했다.

또 6개월 동안 시험판을 직접 제작하고 필자들의 원고 역시 수차례 검토하며 기획 방향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며 5월에 ‘사설 속으로’가 첫 선을 보이게 됐다.

교사 등 외부필진을 영입한 데 대해 중앙 안혜리 메트로G 팀장은 “중앙은 보수, 한겨레 진보로 구분해 상대방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면 필진 역시 부담이 있다”며 “가급적이면 이념적 틀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신문을 열심히 보고 분석할 수 있는 교사들을 필진으로 모셨다”고 밝혔다.

한겨레 정재권 에디터부문장은 “굳이 보수-진보라고 규정짓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조금은 다른 두 시각이 세상의 주요 관심사에 어떤 의견을 갖는지 비교, 검토해보면서 다양하고 폭넓은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특히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공동 의견이 모아져 싣게 됐다”고 밝혔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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