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철학' 있는 대북보도를 보고 싶다
먼 얘기도 아니다. 불과 1년전 서울과 평양에서는 이산가족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은채 울부짖었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남쪽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신문마저 “통일 확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제목을 큼지막하게 뽑아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모든 언론이 조금이라도 뒤질세라 통일 열기 키우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이 걱정스러웠던지 통일은 십수년내에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정을 시킬 정도이지 않았나?
아무리 변덕이 죽 끓듯해도 그렇지 언제 그랬냐는 듯 ‘만경대 정신’으로 ‘평양 광란극’를 만들어내는 것은 또 무엇인가? 마치 역사의 층계에서 지난 한해를 훌쩍 건너 뛰어 넘어보려다 걸려 넘어진 꼴이다. 아직도 대북보도는 일단 과장하고 왜곡할수록 ‘약발’을 받고, 차분하게 보도하면 왠지 뒤처진다는 느낌을 갖는 구태를 벗지 못했기 때문일까. 취재원의 항의도 없고, 확인할 통로도 없으니 그야말로 ‘맘껏’ 칼 휘두르는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대북보도와 관련해 중심이 없다며 우리 언론에 쏟아지는 비판에는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고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운 게 사실이다. ‘돌출행동’을 과장보도한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하더라도, 동아일보가 북한에 금판으로 선물했다는 ‘보천보 기사’ 등 유사한 사례와의 형평성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이 다르다”며 발뺌을 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특히 대북문제와 관련해 중심을 잡기는커녕 ‘분위기’에 따라 극과 극을 치달리며 언론이 오히려 앞장서고 있음은 매우 서글픈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기자협회와 언론노조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자성을 촉구했으며, ‘돌출행동’을 보도했던 중앙일보에서도 홍석현 회장을 비롯해 내부에서 비판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북보도와 관련한 일련의 행태들을 볼 때 과연 우리 언론이 어떤 원칙이나 철학을 갖고 있는지, 좀더 엄밀히 말하면 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통일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언론활동을 적극 벌이겠다던 언론사 사장들의 발표가, 민족 내부의 대결을 피하고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는 비방중상을 중지하기로 했던 약속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대북비판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소한 통일문제만큼은 최소한의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지켜주자는 것이다. 독자의 알권리라는 명목으로 포장해 자기 매체의 색깔로 이색 저색 덧칠하기에는 통일이라는 명제가 너무도 순수하고 숭고하지 않은가 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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