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리드도, 지나친 의존도 하지 않겠다"
동아일보 첫 여성 노조위원장 이지은 기자
영화 ‘여인의 향기’의 명장면을 떠올려보자. 자살을 결심한 맹인 퇴역 장교 프랭크 슬레드(알 파치노)는 묘령의 여인 도나(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를 춘다. 부드러운 현악의 선율에 남녀가 손을 맞대고 서로 밀고 당기는 스텝과 회전은 상대에 대한 신뢰와 호흡, 그리고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아일보 첫 여성 노조위원장인 이지은 기자는 ‘두 개의 심장과 세 다리로 추는 춤’이라는 표현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탱고는 언뜻 보면 남녀가 알파벳 A처럼 서로 기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아름다우려면 남녀 모두 자신의 중심을 꽉 잡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함께 움직여야 하죠. 한쪽이 상대방을 힘으로 잡아끌거나, 혹은 다른 한쪽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면 모양새는 금방 무너지고 맙니다.”
회사와 노조와의 관계, 위원장과 조합원과의 관계, 부장과 평기자와의 관계 모두 탱고의 균형처럼 서로가 지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7년 동안 살사와 탱고를 배우며 느낀 세상의 이치다.
“여성의 부드러움과 기자로서의 강인함을 모두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위원장. 2000년 입사자인 그는 출판국 신동아, 여성동아, 주간동아를 비롯해 경영전략실, 편집국 문화부, 교육복지부 등을 두루 거친 점이 위원장에 적격인 이유로 작용했다.
최근 동아일보 지면은 안팎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내부로부터의 지면 비판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2009년 이후 한 번도 보고서가 발행되지 않은 공정보도위원회 활동이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오히려 지금처럼 대선과 총선에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에 동아일보를 전반적으로 바라보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 채널A와의 협업도 중요한 과제다. 동아 기자들은 2년 주기로 신문-방송을 번갈아가며 경험하고 있다.
“신문은 기획 하나를 하더라도 심사숙고를 하고, 폐지에는 더욱 신중하죠. 그러나 방송에서는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요. 프로그램 시청률이 바로바로 집계되니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폐지됩니다. 신문기자들은 큰 쇼크를 받았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1990년대 침체기에 빠졌던 섬유시장을 지금의 신문시장에 빗대 설명했다. “섬유시장이 2000년 들어 다시 떠오른 것은 고어텍스의 발견 때문이었다고들 해요. 고어텍스의 발견으로 등산복 등 패러다임이 바뀌고 섬유시장이 커진 것이죠. 지금 우리는 신문업계의 고어텍스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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