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널리즘 위기…'씨네21'만 남았다

종이매체 쇠락ㆍ디지털 환경에 영화전문지 설 자리 잃어


   
 
  ▲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제작보고회. (뉴시스)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영화 1000만 관객 시대는 이제 더 이상 신화가 아니다. 반면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매체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어 ‘영화 저널리즘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14일 무비위크는 오는 3월22일자를 마지막으로 중앙일보와 메가박스가 함께 만드는 무료잡지 ‘Magazine M’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2001년 11월 창간 이후 12년 만의 폐간이다. 박은혜 편집장은 “중앙엔터테인먼트앤드스포츠 사업부 개편으로 인한 통합이며 새 매체를 재창간하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자리한 영화전문잡지의 한 축이 사라짐으로써 영화전문잡지 시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영화잡지의 위기가 단기적인 현상이라기보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발달 등 매체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과 SNS 등 뉴미디어 활성화로 뉴스 소비의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잡지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90년대 창간해 큰 인기를 누렸던 ‘스크린’과 ‘로드쇼’, 1990년대 ‘프리미어’와 ‘키노’, ‘씨네21’에 이어 2000년대 ‘씨네버스’와 ‘필름2.0’, ‘무비위크’ 중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씨네21’뿐이다.

이는 종이 매체의 성장 하락과도 맥을 같이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증가 추세를 보였던 독자층은 뉴미디어 환경 변화로 이후 주춤하면서 구독 부수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영화사들의 광고 집행은 온라인 비중이 높아졌고 잡지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광고 비중보다 단가가 낮아진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구독 부수가 줄어들면서 광고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광고는 비용 대비 효과”라며 “‘씨네21’이나 ‘무비위크’ 등 잡지를 통한 큰 효과는 보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영화잡지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중 한 사례가 씨네21이 2011년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등 태블릿PC에 최적화한 유료 디지털 매거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예상했던 태블릿PC 시장 규모보다 디바이스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씨네21의 당기순이익은 2억6000만원으로 흑자지만, 지난 9월까지는 1억1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씨네21의 디지털 매거진 퍼블리싱을 하고 있는 한겨레 자회사 디폴리오도 지난해 3억5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씨네21 관계자는 “미래에 좋은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에 적절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일 한국영화기자협회장은 “미국 할리우드 등에서도 영화매체들이 점차 오프라인을 철수하고 온라인으로 가는 추세”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고 독자를 유지ㆍ개발하는데 주력해야한다”고 밝혔다. 한 영화전문기자도 “업계는 매체를 광고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동반자로, 영화진흥위원회 등도 공적인 영역에서 축소되고 있는 영화 매체를 위한 지원 수단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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