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검증

제26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동아일보 정원수 기자


   
 
  ▲ 동아일보 정원수 기자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보고 싶다. 2013년 1월24일 낮 12시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가 공개되던 순간이었다.

“대법관과 헌재 소장을 역임한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 온 사회통합적인 인물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논평이 아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발표 당일 야당인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이 김 후보자를 평가한 내용이다. 여론도 야당의 기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 동아일보와 채널A 인사검증팀이 움직였다. 기초적인 자료를 수집·검토한 뒤 그날 자정 첫 회의를 했다. “박근혜 당선인 측이 첫 국무총리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김 후보자가 1993년 “포목상인 어머니께서 손자들을 위해 매입해 준 것”이라던 재산형성 과정의 해명은 진위 여부가 불투명했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역시 간단치 않아 보였다.

검증팀은 그때부터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뒤졌다. 단어 하나, 글자 하나에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관련서류를 읽고 또 읽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전제 아래 수십 명의 사람을 일일이 찾아 탐문했다.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답변을 거부하는 사람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김 후보자가 법원 서기와 안성 땅을 둘러본 뒤 샀다”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팩트’가 쏟아졌다.

지명 닷새 만에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새 정부 첫 총리의 낙마는 처음이며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낙마한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공동 검증팀을 기획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아일보 최영훈 편집국장, 채널A 김차수 보도본부장, 검증팀을 이끈 박정훈 선배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땀내 나는 팩트를 보탠 수습기자의 공도 너무 컸다. 동아일보 정원수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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