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인수한 엔터테인먼트 매체 텐아시아의 강명석 편집장과 5명의 기자들이 집단 사직해 파장이 일고 있다. 초창기 멤버인 강 전 편집장을 비롯해 편집국 절반 이상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퇴사함으로써 내부 인력 변화로 매체 성격까지 변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편집국에 남은 취재기자는 3명이다.
기자들의 집단 사직은 사측의 갑작스러운 편집장 교체에 대한 반발이다. 강명석 전 편집장은 지난달 14일 텐아시아 전중연 대표로부터 새 편집장을 선임하겠으니 수석기자 또는 K팝 전문기자로 활동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18일까지 결정을 요구받아 고심 끝에 사직을 결정하고 25일 편집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강 전 편집장은 교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 전 편집장은 “(인사발령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들은 것이 없고 납득할 만한 이유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편집장을 다시 일선 기자로 강등하는 것은 일반적인 언론사에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안한 업무는 이전에 편집장으로서 해오던 일은 그대로 하면서 진행 및 결정 권한만 뺏어가겠다는 것으로 그건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텐아시아는 지난달 18일 스포츠한국 출신의 이재원 기자를 편집장으로 선임했다.
일부에서는 편집장 교체로 매체 정체성이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06년 '매거진t'로 시작한 텐아시아는 기존의 연예 매체들이 인터넷 트래픽 중심의 단발적인 속보 위주인 것에 반해 기획 중심의 분석 위주 보도로 독자들에게 주목받았다. 이후 2008년 '10매거진', 이어 아시아경제 계열사인 '10아시아'를 거쳐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에 인수되며 텐아시아로 정착했다.
강 전 편집장은 지난달 25일 “'매거진t'부터 우여곡절 끝에 텐아시아가 된 매체에서 7년을 보내는 동안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일했다”며 “일하는 사람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성과를 내는 회사, 구성원 누구도 권력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발언권을 지킬 수 있는 공동체, 그 결과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매체가 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강 전 편집장은 “편집장이 된 후 회사 명령에 따라 데일리 매체를 만들어야 했을 때도, 기존의 '10아시아'와 '데일리10', 잡지 '10+star' 편집장을 동시에 수행할 때도, 회사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월급 걱정에 마음 졸일 때도 지켜왔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독자들은 이번 사태를 안타까워하는 반응이다. 독자들은 텐아시아 홈페이지 게시판에 “좋은 콘텐츠와 공들여 만드는 이들이 있어 그동안 애정을 보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런 분들을 떠나보낸 텐아시아에 더 이상 정을 줄 수 있을지 의문”, “일방적인 인사 조치에 화가 난다. 텐아시아가 이렇게 자리 잡은 것은 그분들의 기사 덕분”이라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들도 “‘텐아시아 사태’를 보면 건물주 맘대로 힘 약한 세입자를 내쫓는 모습이 떠오르고 너무 익숙해서 슬프다” “나가는 분의 명단을 보면 텐아시아를 떠나는 게 아니라 텐아시아가 떠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텐아시아는 기존대로 기획 중심의 보도 형태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이다. 텐아시아 관계자는 “(집단사직으로)기사 생산량이 조금 줄었지만 경력기자 채용 등을 통해 조만간 다시 정상화할 것”이라며 “새 편집장 선임은 기획 및 구성, 섭외력 등을 보강하고 조직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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