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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정혁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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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기업가 정신’이 세상에 퍼져 나갔으면 해요. 기업가의 혁신과 창의적인 정신은 우리의 삶을 바꿔 놓지요.”
기술 혁신으로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가 있다. 지난 1월 ‘경영의 신1’과 ‘유한킴벌리 이야기’ 2권을 잇달아 출간한 정혁준 한겨레 기자(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다. 1세대 창업주들의 도전 정신을 담아낸 ‘경영의 신’ 시리즈부터 가족친화경영으로 창조적 기업문화를 보여준 ‘유한킴벌리 이야기’까지 그는 책을 통해 끊임없이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은 한마디로 ‘도전’과 ‘혁신’이다. 하지만 불모지에서 불가능에 도전한 창업 1세대에 비해 요즘의 재벌 3세들은 도전이라는 정신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있다. 프랜차이즈나 빵집, 커피숍 등 골목 상권을 침범하는 사업을 벌이거나 머니게임 등으로 쉽게 돈을 벌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도전을 실행에 옮겨야만 기회를 잡고 시대를 앞서갈 수 있다고 전한다. 구인회, 이병철, 정주영의 공통점은 그들 아버지처럼 땅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땅이 최고의 권력이자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 이들은 땅을 팔아 장사에 뛰어들었다. 아버지 세대의 신념과 사고를 벗어나 한발 앞선 ‘상업의 시대’를 열었다.
기업가 정신이 대기업 CEO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정 기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일반 회사원, 자영업자 모두에게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며 “시장과 환경의 변화가 위기 또는 기회가 될 수 있기에 그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내 생리대 시장점유율 1위였던 유한킴벌리가 1989년 P&G라는 글로벌 생활용품 회사의 국내 진입으로 시장점유율이 70%에서 20%로 추락하는 위기를 겪었으나 전 직원이 똘똘 뭉쳐 혁신의 노력을 다한 끝에 재역전한 경우가 있다.
진보적인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그가 기업가 정신을 말하는 것을 생소해하는 시선도 있다. 2008년 한겨레21 경제팀장 당시 한 금융그룹의 CEO를 취재했을 때 기업에 비판적일 거라 생각한 한겨레 기자가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했단다. 하지만 그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가치라고 강조한다.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보수의 가치이자 전유물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듯 기업가 정신은 우리 사회의 세대간, 계층간 갈등과 대립을 통합할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죠.”
그는 평생 100권의 책을 써보자는 꿈을 갖고 있다. 이미 2008년 한겨레21에 실은 시리즈 기획을 이듬해 ‘맞수기업열전’으로, 자신의 ‘기업가 정신을 찾아서’ 블로그에 실었던 스티브잡스와 도요타 이야기를 담은 ‘아이폰형인간vs렉서스형인간’을 출간했다. 경영을 요리하는 회사인 ‘키친아트 이야기’까지 줄곧 기업가 정신을 다뤄왔고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낼 계획이다. 이달 내에는 경영의 신 2, 3권도 연이어 출간될 예정이다.
정 기자는 “책을 쓰는 과정은 일종의 마라톤 같다”고 말했다. 고통스럽고 고독한 과정이지만 출간 후 맛보는 성취감은 완주했을 때의 기쁨과 같다는 것. 그는 마지막으로 기자들이 좀 더 많은 책을 쓰기를 권했다.
“우리나라 기자들은 다방면에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죠. 하지만 책을 내면 자연스럽게 관심사에 천착하고 통찰력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어요. 책을 쓰는 동시에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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