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고위공직자 검증을 놓고 언론사들이 검증에 불이 붙으면서 언론지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에 날을 세웠던 지상파 방송은 하락세,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운 신문은 상승세, 진보신문들은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지난 두 달 동안 고위공직자 검증을 혹독하게 하며 언론계 내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내보였다. 종편 고위관계자는 “동아가 치고 나가자 우리도 질수 없어 기자들을 보내 검증보도를 하게 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대선과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 검증 국면에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극히 미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쳤던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이나 KBS 뉴스 탐사보도팀의 고위공직자 검증이 박근혜 정부 검증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지상파 뉴스의 무게감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게 언론계의 지적이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지나치게 기계적 중립을 지키다 보니 기자들의 자기검열이 심해졌다”며 “기본 문법을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종편 일각에서는 진보적 시청자를 잡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JTBC의 경우 ‘국정원 댓글녀’ 사건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전격 영입해 시사 프로그램 ‘표창원의 시사돌직구’를 선보였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극우 인터넷 문화로 대변되는 ‘일베’(일간베스트)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며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편 한 관계자는 “방송이 전반적으로 보수적 방향으로 흘러가 진보성향의 시청자들이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보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있다”고 전했다.
대안언론도 주목받고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시즌3를 맞이하면서 탐사보도 저널리즘의 진용을 갖췄다. 언론인 김용민씨 등이 주축이 된 국민TV는 협동조합 형태로 내달 3일 창립 결의와 함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매체 수가 많아지면서 저널리즘이 일종의 ‘풍요 속의 빈곤’을 맞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적으로는 매체 수가 늘어나면서 팽창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이 알아야 하는 ‘숨겨진 저널리즘’은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또 대안언론 역시 영향력이 미비해 일반 시청자들이 매체로서 인식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시장에서 매체 수가 양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정치적 선정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쟁에 의한 상업주의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상업주의 성향이 짙다”며 “인적, 물적 기반이 튼튼한 지상파 뉴스가 저널리즘을 선도해야 하는데 이들이 사회적 문제를 소홀하게 다뤄 공영방송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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