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선거보도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언론학회, 언론사 정치부 데스크와 대선보도 세미나

지난 18대 대선 보도에서의 ‘질적 편파’가 제기되며 새로운 선거보도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특별 기획세미나 ‘언론학자와 중앙일간지 정치부 데스크의 토의: 제18대 대통령선거보도를 돌아보다’에서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선거보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담론환경을 조성하는 이른바 교묘한 ‘질적 편파’ 보도의 문제가 있다”며 “언론의 ‘공정성’과 ‘타당성’ 가치를 실현하는 보도를 통해 편파보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이준웅 서울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 교수가 선거보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2002년 한국언론학회가 제정한 선거보도 가이드라인과 2004년 한국언론재단(현 언론진흥재단)의 총선 선거보도 양식과 가치, 2006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분석한 5.31 지방선거보도 내용 등이다.


이준웅 교수는 “다양한 언론 환경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한 선거보도를 위한 기준을 제시하는 단일한 이론적 틀을 제시하기란 어렵다”며 “선거보도 평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문사가 특정 후보에 훈수를 두는 듯한 기사의 경우 보도 경향과 언론인의 정치 및 정계 진출의 상관성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선거보도 가이드라인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점 지적에 앞서 선거보도의 영향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보도를 접한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가 감소하거나 냉소주의가 증가한다는 명제가 타당한 것인지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선거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바람직한 보도와 바람직하지 않은 보도를 분석한 사례도 발표됐다. 이종혁 경희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29일~12월 18일까지 10개 종합일간지 보도내용을 분석해, 유권자가 필요한 이슈 보도와 후보간 정책 비교 분석 보도 등을 바람직한 보도로 꼽았다. 언론의 선거보도 자체를 점검하는 보도나 부정적인 캠페인을 비판하는 사례, 선거 의미와 참여의 의의를 강조하는 사례도 바람직한 보도로 제시했으나 이에 해당하는 보도는 신문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질적인 편파 △부정적인 캠페인의 대변인 노릇 △전략적 용어 사용 △추측성 보도 △가십성 연성뉴스 보도 등 바람직하지 않은 보도 양상도 나타났다. 이종혁 교수는 “양 후보를 상대로 차별적인 이슈 제기(의제 설정)와 프레임(논조) 측면에서의 질적 편파 보도가 관찰됐다”며 “상대편의 반론을 첨가하지 않는 방식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 후보 진영 간 네거티브 공방을 중계식으로 보도하는 경우에는 유권자들에게 선거 혐오와 무관심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한다”며 “여론조사 결과도 잘못 사용해 비과학적 해석이 여전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대선보도에서 양적 균형은 잘 지켜졌지만 질적 편파와 전략적 프레임의 과다 사용,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 등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장 부족했던 것은 다른 언론사의 선거 보도에 대한 상호 비판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종합일간지 정치부장ㆍ차장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신문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전하며 선거 보도의 영향에 대한 언론계와 학계의 공동 연구를 주문했다. 정용관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은 “각 언론사의 선거보도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라며 “후보별 정책적 차이와 검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 사에서 강조해서 기획을 다루지만 실제 독자들은 정책비교보다 어떤 싸움을 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정치 기사는 팩트가 명확하지 않고 정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어 다소 추측, 관측성 보도가 되는 현실이 있다”며 “각 언론사가 보도 원칙과 기준을 지키고 충분한 시간과 취재를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찬구 서울신문 정치부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보도가 언론사 사주의 영향인지, 자본의 영향인지, 데스크 차원인지, 현장 기자들의 취재과정에서 발생하는지 등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데스크 및 기자들의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연구된다면 근원적인 해결점에 접근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보도가 최종적인 투표 행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언론계와 학계가 공통으로 연구 조사를 하고 고민하는 작업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중근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은 신문이 얼마나 되고 이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언론계와 학계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이 교묘하게 언론을 이용하는 문제도 학계가 강하게 견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잘못된 보도를 하는 타 언론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은 언론사끼리 너무 상처를 많이 입어서 의식적으로 꺼리는 단계까지 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정파성이, 바람직한 보도가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언론계와 학계가 몇 가지 기준을 만들어 연구해볼 수 있을 듯”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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