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단독보도' 한겨레 기자 기소 파문

법조계 "통비법 요건 해당 의문"…조선 "기소할 필요 있었나"


   
 
  ▲ 한겨레 최성진 기자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밀실합의를 최초 보도한 2012년 10월13일자 한겨레 신문.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대화 내용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가 불구속 기소되면서 언론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높다. 한겨레는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비판했고, 조선일보도 “우연한 녹음 취재를 기소할 필요가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최 기자를 기소한 혐의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고흥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직접 청취, 녹음한 뒤 기사화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인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13일과 15일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 등이 8일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에서 만나 MBC 지분 매각 및 발표 계획 등에 관해 나눈 대화를 ‘최필립의 비밀 회동’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했다. 이에 MBC는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최 기자를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 조사 결과 최 이사장이 8일 MBC 관계자들을 만나기 전 최 기자와 통화를 했고 통화종료를 하지 않은 채 이 본부장 등과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최 기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기소 발표는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진실을 알린 언론사 기자에 대한 탄압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최 기자는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는 특정 대선후보와 가까운 몇몇 인사들이 공적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정수장학회 재산을 사적으로 처분하려 한 ‘음모’를 알린 것인데, 검찰이 보도의 공익성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통비법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같다”며 “검찰 기소에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된 대표적 사례는 MBC 이상호 기자가 2005년 보도한 ‘안기부 X파일’사건이다. 이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형을 선고유예 받았다. 재판부는 “보도로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 보호에 의한 이익 및 가치를 초과해야 한다”며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2011년에 KBS 기자의 민주통합당 비공개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이 불거져 통비법 논란이 일었으나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이상호 X파일 사건을 담당했던 한상혁 변호사는 “도청은 제3자간 대화를 고의적으로 엿듣거나 녹음하는 것인데 최 기자의 경우 통비법 상 도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스럽다”며 “도청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공익적 목적이 크고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19일자 토요판에 “똑같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보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며 “정수장학회 보도는 공익적 가치가 보호하고자 하는 사생활의 비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정당행위로 형법상 위법성이 없다”고 입장을 냈다.

조선일보도 21일 사설에서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MBC 지분을 판 자금으로 특정 지역을 위해 쓰자는 논의에 관한 보도는 공익적 보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취재 동기가 고의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 보도가 공익에 관한 것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도 성명에서 “최 기자가 보도한 정수장학회 비밀 회동 대화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만한 당연한 가치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공영방송사의 지분 매각을 실행하기 위해 모의했다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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