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 사진.그래픽 편파성도 심각"

언론노조 주최 대선보도 토론회서 지적

대선보도가 기사뿐만 아니라 사진, 그래픽, 방송 영상의 편파성도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6일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서울 정동 경향신문 12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에서는 ‘국민 외면하는 대선보도,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신문의 대선보도 문제점을 발제한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정보 그래픽과 사진 기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로축과 세로축의 급간 조절과 막대그래프의 크기 조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특정 후보와 정당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 창출이 가능하다”며 “분석대상 신문기사 대부분이 ‘절대영점’을 표기하는 등 정확하고 공정하게 그래픽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분적으로 표기의 객관성을 취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픽 정보의 부정확성을 해소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의 편파 사용도 시비에 올랐다. 동아일보는 11월 30일자에 문재인 후보의 유세 장면을 흑백으로, 박근혜 후보의 유세 장면은 컬러로 처리했다. 조선일보도 11월 13일자에 안철수 전 후보의 부산대 강연소식에 텅 비어 있는 듯 한 의자 사진을 게재해 청중이 비어있음을 강조했다.



   
 
  ▲ 6일 전국언론노조 주서울 정동 경향신문 12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선보도 중간평가 보고회에서 이승선 충남대 교수가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  
 
기사의 제목에 “직접인용”을 활용한 선거보도도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교수는 “단순히 어떤 취재원이 어떻게 말했다고 하는 것은 부분적 사실이지만 관련 사안의 ‘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취재원의 발언이 진실을 왜곡ㆍ은폐하는 경우도 있고 공론을 희석시켜 쟁점의 전환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인용의 기사제목 현상이 취재원의 말을 빌려 신문사의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방송이 선거 보도의 △정보제공 △권력 감시 △공론장 △시민의견 대표의 4가지 규범적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전략적 보도 관행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방송의 선거보도가 양적으로 빈곤해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선거 이슈를 정당한 정치 이슈로 다루지 않고 발언과 갈등적 행위 등 사건 기사로 치부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또 “선거보도의 공론장 기능은 단순 중계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까지 가지 못했고, 정당의 선전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정당인의 입장에서 기자가 보도하는 식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며 “의미 있는 정치 이슈들이 있는 그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부각’과 ‘생략’, ‘왜곡’의 단계를 거쳐 엉뚱한 이슈로 표출되거나 이슈가 생략되고 희석됐다”고 말했다.

선거보도가 시민의 입장보다는 자사의 이해관계에 얽매였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최 교수는 “시민을 대표해서 보도해야 할 선거방송이 정치권력과 자사의 이해에서 왜곡ㆍ편파 보도를 낳고, 후보와 후보의 유세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편파 편집으로 나타났다”며 “답습되고 있는 선거방송 보도의 도식적이고 불공정성 문제를 해결해 선거보도의 신뢰성과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송 경인일보 기자는 “제기된 문제점은 5개 일간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 신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선거보도로 정치혐오를 확산시키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익명 취재원에 의존하고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흥미 위주와 선정적인 제목을 뽑는 행태는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상 SBS 기자도 “선거 때마다 문제가 반복되지만 아무리 자문해 봐도 별다른 답이 없다”며 “선거보도가 너무 앞서가면 주변에서 질타를 받고, 하던 대로 해야 무난하다고 현업자들이 생각하는데서 과거 행태가 반복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방송 뉴스는 현실적으로 영상을 빨리 보내야 한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올해 유독 현대사 정치와 관련된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주류 언론들의 보도에서 해소되지 않는 점이 문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는 미디어운동 실천에 시사점을 제시하고, 언론의 민주적 규범 역할을 이룰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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