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언론의 대선보도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은 부각시키고 야권 단일화에는 비판일색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언련 대선보도 모니터단은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2012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를 열고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 일부 언론으로 공정선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보도가 모니터 된 기간은 조선ㆍ중앙ㆍ동아ㆍ한겨레ㆍ경향이 10월 29일부터 11월 27일까지, KBSㆍMBCㆍSBS가 10월 29일부터 11월 23일까지다.
▲ 민언련 대선보도 모니터단은 29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2012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를 열고 지난 한 달여간의 신문ㆍ방송 대선보도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 ||
유민지 민언련 모니터단 신문 담당자는 “조선ㆍ중앙ㆍ동아는 10개 안팎의 사설에서 ‘블랙홀’, ‘쇼’, ‘흑색선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야권후보 단일화가 모든 의제를 잠식해 정책선거를 막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후퇴시킨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단일화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단일화 룰 협상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안 후보 측 관계자’나 ‘한 핵심 관계자’ 등 익명의 취재원을 등장시켜 불신의 내용을 전해 양측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은 적극적으로 보도했다는 설명이다. 조사기간 동안 여성대통령의 보도는 동아가 22건, 조선이 15건, 중앙이 13건, 경향이 10건, 한겨레가 9건이었다. 유민지 신문 담당자는 “특히 동아일보는 10여건의 기사에서 여성대통령을 적극 띄우며 제목에서 여성 대통령을 강조했다”며 “박 후보의 여성성을 지적하는 민주통합당의 공격을 전체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하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주요하게 다뤘다”고 밝혔다.
방송3사 역시 최다 보도된 주제는 단일화였다. 조사기간 동안 전체 선거보도 중 KBS는 50.6%, MBC는 62.2%, SBS는 66.7%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뉴스는 주로 ‘신경전’, ‘치열한 룰 전쟁’ 등 경쟁을 부각하거나 ‘정면충돌’, ‘파국예상’, ‘수 싸움’ 등 부정적인 해석을 달았다는 설명이다. 또 ‘단일화는 야합’이라는 새누리당의 선정적인 대응 공세를 연일 비중 있게 실었다는 평이다.
윤지선 민언련 모니터단 방송 담당자는 “12일 ‘박 후보에 불리한 편파보도를 중단하라’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14일 방송3사 항의 방문 등 공개 압박 이후에는 박 후보에 편향적인 보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방송 3사의 후보행보를 초단위로 비교한 결과, 단일화 협상 이전인 11월 4일까지는 후보행보에 대한 보도가 박 후보 33.35%, 문 후보 32%, 안 후보 33.65%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 이후인 11월 5일 이후에는 박 후보가 42.9%, 문 후보가 27.9%, 안 후보가 29.2%로 격차가 벌어졌고, 새누리당의 압박이 시작된 12일부터 18일까지는 박 후보가 49%, 문 후보 25.1%, 안 후보 25.9%로 차이가 더 심해졌다.
기사의 내용 및 구성에서도 차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윤 방송 담당자는 “박 후보의 동정보도는 1건으로 따로 구성하는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행보는 단일화 관련 보도에 끼워 넣는 식으로 짧게 보도됐다”며 “세 후보가 같은 날 같은 행보를 해도 보도는 달랐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모두 참석한 17일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 SBS는 박 후보의 발언 뒤에 참석자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넣었으나 문-안 후보 발언 뒤에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을 넣었다. MBC는 박 후보가 “노동자 표심을 공략했다”며 행사를 비중 있게 다뤘지만 문-안 후보는 하나로 묶어 ‘단일화 갈등’에 더 초점을 맞췄다.
‘정책’ 중심의 보도보다는 ‘정치쟁점’이나 ‘후보 뒤쫓기’ 식의 보도라는 평가도 받았다. 방송 3사에서 정책과 후보를 검증하고 분석한 보도는 14.6%(37건)밖에 되지 않았으나, 정치쟁점을 다룬 보도는 48.6%(123건), 후보행보를 전달한 보도는 31.6%(80건)로 중계식 보도 일색이라는 비판이다. MBC는 지난 한 달 간 정책공약 비교와 후보검증, 대선분석 보도를 4건 보도했는데 그 중 정책공약 분석 보도는 1건뿐이었다. 반면 정치권 공방은 야권단일화 갈등 및 새누리당 공세를 제외하고도 9건을 보도했다. KBS와 SBS도 각각 정책공약 분석을 11건, 7건밖에 내놓지 않았다. 내용 역시 세 후보의 정책을 나열한 뒤, 뭉뚱그려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정도에 그쳤다.
투표 시간 연장과 관련해서는 신문들의 보도 차가 컸다. 조사기간에 경향신문은 40건, 한겨레신문은 24건, 동아일보가 13건, 중앙일보가 5건, 조선일보가 3건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나도 투표하고 싶다’는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15회 보도하며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의 요구를 전했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투표시간 연장 의제를 외면했다는 평가다.
토론자로 참석한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지금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철저하게 정치적인 하부 구조에서 선전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투표율을 낮추는 전략으로 방송의 선거 보도량이 굉장히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법에 의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게 되어 있는데, 지금은 기계적 균형성에만 맞춰 진실 보도가 되지 않아 전파만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는 유권자가 정치화되고 사회화되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라며 “선거 보도가 단순 중계식이 아니라 유권자가 정치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지금은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한 인물과 정책 검증이 되지 않고 있다”며 “언론이 사회적 쟁점 및 의제를 적극 보도하면 후보자가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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