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대선보도가 정당별 인력의 경력 편차 및 지나친 기계적 균형 등 개선할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1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주최 ‘언론의 실종-대선보도 어디로 갈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선거보도의 공정성 규범은 균형성과 객관성”이라며 “하지만 공영언론에 낙하산 사장들이 투하되면서 이들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통제를 위해 조직의 내부체계를 변질시켜왔다”고 말했다.
상위자들에 의해 파업 참가 기자들이 배제되는 등 직접적인 압력이 가해지거나 정당별 기자들의 경력 차이와 취재인력 부족 등 보도 부실이 야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12층 회의실에서 열린 언론노조 주최 대선보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자의 발언에 귀기울이고 있다,. | ||
인력간 편차 문제는 연합뉴스가 사례로 제시됐다. 연합뉴스 노조에 따르면 연합 19명의 대선취재인력 중 박 후보 담당이 8명, 문재인 후보 5명, 안철수 후보가 5명으로 배치됐다. 인원 규모는 엇비슷하지만 경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훈상 연합뉴스노조 사무국장은 "박 후보쪽 8명 중 7명은 입사 11년~20년 차이고 이 중 5명은 정치부 경력만 5년 이상인 일명 베테랑들"이라며 "반면 문 후보 담당 5명 중 3명이 1년차 또는 타 부서 파견자고, 안 후보 담당 5명 중 3명은 정치부 경력 1년~2년차"라고 밝혔다.
강훈상 국장은 "이런 구성에 따라 박 후보 기사는 작은 동정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향후 선거전략까지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는 반면 타 후보 기사는 기자들이 일정 소화에도 급급한 경우가 많이 발생된다"며 “공정보도 문제는 제도나 시스템보다 사람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기계적 균형이 부르는 폐단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장지호 실장은 최근 대선 보도에 △무비판적 중계보도 △프로크루스테스식 재단 보도 △네거티브 음해보도 등이 만연해있다고 평가했다. 장 실장은 “기계적 균형은 무비판적으로 각 후보들의 의혹 제기와 주장들을 나열식으로 중계해 당사자 간 갈등이나 여야 정쟁으로만 비춰지게 한다”며 “이는 사안이 갖는 중대성이나 진위 여부를 모호하게 해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치적 혐오증과 무관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또 단일화 보도에서 KBS와 MBC가 ‘권력 나눠먹기’ 등의 부정적 표현으로 갈등을 부각시키고 사건 소식을 전하기 전에 당사자 반응부터 내보내는 등 비상식적인 기사 구성을 한다는 지적이다.
장 실장은 “‘균형’과 ‘중립’의 의미가 무분별한 양비론과 기계적 균형성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해야한다”며 “기자 스스로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무비판적인 중계보도와 정략적인 보도지시에 저항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언론사 내 노동조합이나 공정보도실천위원회 등을 가동해 불공정 보도 감시ㆍ개선 △조직적 차원에서 대선캠프 취재팀과 기존 정당출입기자 분리 △KBS ‘대선후보 진실검증단’과 같은 ‘팩트 체커(Fact Check)’ 전담팀 운영 △각 당의 주장이나 정책의 차별점을 전문가와 자체 평가를 동원해 최대한 분석하고 보도하는 노력 요구 등의 대안이 모색됐다.
각 언론사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문호 KBS 공추위 간사는 “KBS는 예년에 비해 대선을 보도하는 양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문제”라며 “방송양이 적다보니까 같은 프레임의 뉴스가 시청자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돼 불공정한 보도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임장혁 YTN 공추위원장은 “불공정과 편파ㆍ왜곡 보도의 원인은 권력에 줄서는 성향과 무능력의 결합”이라며 “조직적인 지시나 명령에 순응하는 자발적 충성도 상당수를 이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보도하는 사람의 문제도 있지만, 나열식을 중립 보도라고 잘못 이해하는 관행과 잘못된 인식을 벗어나지 않으면 공정보도는 힘들다”고 말했다.
장형우 서울신문지부 사무국장도 “정당 출입 기자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해 편향된 보도를 한다기보다 정당의 프레임 속에서 그대로 뉴스를 전하는 것이 문제”라며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해 전달하는 것이 공정 보도이기에 사실인지 아닌지 팩트 체크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최호원 SBS 공정방송위원회 위원장은 “기사가 견제 받지 못하는 것은 보도 책임자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공정보도에 대한 의식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SBS는 사내 모니터링 제도를 발족했지만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 반응도 즉각적으로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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