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ㆍ안철수 미디어정책 '엇비슷'

대선 미디어 정책토론회…"구체성 부족, 실현성 의문" 지적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미디어 정책이 엇비슷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디어ㆍ문화예술ㆍ정보통신 74개 단체는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대선 후보 선대본 정책책임자를 초청해 ‘2012 대선 미디어ㆍ문화예술ㆍ정보통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본은 토론회에 불참해 두 선본만 참석한 채 토론회가 진행됐다.

문재인 후보 선본에서는 ‘소통과 공감이 있는 사회’를 미디어와 정보통신의 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문재인 선본측 고삼석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삼겠다”며 “사업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고삼석 교수는 “현 정부 아래 장악과 통제 대상으로 전락한 미디어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현 정부의 ‘언론자유 파괴’ 진상조사 및 원상회복, 피해보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8일 미디어.문화예술.정보통신 74개 단체가 주최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대선 미디어.문화예술.정보통신 정책토론회에서 윤천원 안철수 선본 방송통신포럼 간사위원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선본에서는 △미디어의 공공성 실현 △민주적 미디어생태계 조성과 콘텐츠산업 집중 육성 △방송통신 이용자 복지 증진의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윤천원 안철수 후보 선본 방송통신포럼 간사위원은 “표현의 자유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실현하고, 공정과 상생의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방송통신포럼에서는 콘텐츠와 관련해 많은 고민을 했고, 콘텐츠의 핵심인 창의성과 아이디어 등에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양 선본의 정책은 큰 틀에서 방향성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한다는 데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안 후보 선본 윤 위원은 “진실 적시 명예훼손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인터넷 행정심의를 폐지하고 자율규제를 확대하는 등 자유로운 인터넷을 실현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 고 교수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심의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며 “심의대상을 법으로 명문화해 심의 권한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선본은 시민(시청자)참여 심의제 등을 도입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첨예한 논쟁인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양 선본 모두 추천제를 제시했다. 고 교수는 “방송법을 개정해 공영방송의 사장 및 이사 선임 시 추천위원회 제도를 의무화함으로써 인선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며 “자격요건 및 결격사유를 보다 구체화해 ‘낙하산 사장’과 이사 선임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윤 위원은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시스템을 흔들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공영방송 이사진은 여야 합의적 추천으로 구성하고 사장은 사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거쳐 선임되도록 하고, 편집권 독립을 방송법에 명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위기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개혁도 제시했다. 고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과도한 독임제 요소를 청산하고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며 “ICT 산업정책 관련 기능을 별도 전담부서로 이관해 효율성을 제고시키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문 후보는 과거 정보통신부 부활을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윤 위원도 “방송통신의 공적규제는 독립적인 합의제 위원회 방식이 필요하다”며 “융복합 등 변화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문 후보 선본에서는 이용자 복지 강화를 강조했다. 미디어와 정보통신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법령 제ㆍ개정 시 이용자에 대한 영향평가제도를 의무화하는 등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현재 방송사업자가 주도하는 시청자위원회 제도를 ‘시청자 주권’이 관철되도록 방송법을 개정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방식을 개선하겠다”며 “미디어 교육의 공교육화 및 미디어 교사 인증제를 도입해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체 라디오 활성화 등 시민참여 미디어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네트워크 중립성 정책과 통신정보 자료 제공 시 영장주의 도입 등도 제시했다.

안 후보 선본에서는 콘텐츠 산업의 ‘아시아 콘텐츠 허브’를 지향했다. 콘텐츠의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유기적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윤 위원은 “‘콘텐츠 아이디어 뱅크’ 등 콘텐츠 가치가 존중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콘텐츠 산업 특성이 반영되는 선진적 예산 및 감사 시스템인 ‘창의혁신예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통한 체감통신비 인하 정책도 내놓았다. 통신망의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윤 위원은 “통신요금 적정성 평가 체제를 구축해 통신요금 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양 선본의 방향성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쪽 모두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숙고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표현의 자유 관련한 형법 및 명예훼손 등 세부적인 규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병규 지역방송협의회 정책실장은 문 후보 선본에 “언론자유를 정상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나 여당이 국회 다수석인 상황에서 실제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안 후보 선본에는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위해 이사진을 여야 합의적 추천으로 구성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 관련 부분을 심각하게 봤는데 정책이 너무 부족해 안타깝다”며 “정치적 자본 독립을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며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TV 수신료 위원회가 양 캠프 정책에 포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양 선본은 “토론자들의 문제 인식에 공감한다”며 “겸허하게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정책에 반영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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