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존이(求同存異)'로 양국 관계 발전시켜야"

한·중 기자 콘퍼런스…정치·경제·언론 등 다양한 분야 열띤 토론


   
 
  ▲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국·중국 기자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한·중 수교 20년, 한·베트남 수교 20년’을 맞아 개최된 ‘한·중·베 3국 기자 콘퍼런스’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한·중 기자 콘퍼런스’로 개막식 이후 첫 행사를 가졌다. 19일에는 한·베트남 기자 콘퍼런스가 열린다.

한·중 콘퍼런스에서는 양국 기자 22명이 모여 정치외교·경제·언론 분야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를 맡은 지해범 조선일보 중국전문기자는 “한·중이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지 토론하는 좋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정보 투명성 제고 필요”
정치외교 세션에서는 미래 한·중 협력 관계에 관심이 집중됐다. 발제를 맡은 하종대 동아일보 국제부장은 ‘바람직한 한·중 관계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문을 열었다. 하 부장은 “양국이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관계를 발전시켜왔지만 아직 진정한 동반자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양국이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지만 군사협력 및 전략적인 가치 공유나 논의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부장은 “북한 및 역사 문제 등 양국 간 갈등 요소의 차이를 인식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윈-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대표 발제자인 쑨 밍취안 광명망 총편집·고급편집은 “동양문화는 서양과 달리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상호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화합을 중시한다”며 “동방문화권에 속하는 3국은 동방민족 특유의 지혜와 사상자원을 발굴해 조화로운 세계와 균형을 달성해야한다”고 밝혔다.

자유토론에서는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패권주의와 민족주의 논쟁이 이어졌다. 정광재 MBN 정치부 기자는 “중국의 국력이 성장함에 따라 패권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리창훙 인민일보사 평론부 평론원·고급편집은 “중국은 역사적으로 그래 왔듯 패권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패권은 서양 국가와 언론이 주도해 추측하고 여러 가지 오해를 빚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박홍환 서울신문 국제부장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패권을 의심하는 이유는 결국 중국의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까닭”이라고 꼬집었다. 리창훙 평론원은 “패권과 민족주의 문제는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보 투명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이외 양국 간 정치외교 네트워크 강화 방안이 논의되며 토론자들은 서로 차이점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중국시장 흐름 읽어야”
경제세션에서는 한·중 경제교류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양국간 불균형 문제가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최경선 매일경제 국제부장은 “한·중 경제교류의 규모는 크지만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크게 부족하고 그에 따라 무역에서 한국이 압도적 흑자를 내는 등 투자불균형과 무역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은 “중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여건이 조성된 만큼 중국의 직접 투자로 두 가지 불균형을 해소하고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며 “한·중 FTA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양국이 수평적 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보 해방일보 관점부 부주임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중 경제관계를 발표했다. 양보 부주임은 “중국에서 한국 상품, 음식 등 한국문화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어 일상생활에서 한국이 친숙하다”며 “하지만 양국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사회적으로 불협화음이 나타나 경제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보 부주임은 “이 경우 언론의 허위·과장 보도는 해를 끼치기 때문에 입장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는 최근 하락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속도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영률 한겨레신문 편집부 기자는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돤 궁웨이 남방일보사 편집위원·주임기자는 “그동안 중국이 빠른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했지만 2008년 이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제는 속도나 외관보다 민생 개선 등 내용을 중시하는 ‘품질전’으로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쑨 밍취안 광명망 총편집·고급편집도 “중국은 저탄소 경제, 녹색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도 중국을 보는 과거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 시장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기협 오보방지책 만들자”
언론세션에서는 주로 양국 언론인들의 실천적 행동이 주문됐다. ‘한·중 수교 20주년 언론 관계 어떻게 해야 하나’란 주제를 발제한 홍인표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양국 언론에 세 가지 역할을 제언했다. 홍 논설위원은 “양국 언론 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한국기자협회와 중국기자협회 등 양국 기자 관련 기관이 정보를 나눌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양국에 좋지 않은 정서의 진원지는 온라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이 실렸을 경우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수정 및 삭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안거 후난라디오TV방송국 뉴스센터 대외보도부 부주임은 “TV 매체 기능을 발휘해 한·중 우호의 다리를 놓자”고 제시했다. 류안거 부주임은 “양국 언론이 문화 정보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와 해석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국민들의 상호 이해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해범 조선일보 중국전문기자는 양국 기자협회 차원에서 오보 방지 대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양보 해방일보 관점부 부주임은 “중국에서는 오보를 엄격히 단속해 발각되면 징벌한다”며 “양국 간 교류 강화로 정보공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창훙 인민일보사 평론부 평론원·고급편집도 “오보는 주로 인터넷에 많은데 그 파급 효과가 빨라 양국 정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양국 기자협회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이주여성 보도 달라져야”
19일 열릴 한·베트남 콘퍼런스에서는 정치경제와 언론 세션이 진행된다. 김선한 연합뉴스 마케팅국장은 발제문을 통해 “수교 이후 두 나라는 경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정치 분야는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다”며 “향후 우호협력관계를 위해 양 국민의 인식 변화와 언론의 계도적 기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앙 쑤언 하이 베트남 프론트리뷰 잡지 편집장도 발제문에서 “베트남의 개혁정책인 도이모이 시기동안 양국은 많은 영역에서 나날이 발전했다”며 “1992년 양국 수교는 두 나라 모두의 국익을 위한 역사적 결정이자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언론세션에서는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인이 ‘한국 언론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에 대한 보도’를 발제한다. 권태선 편집인은 발제문에서 “한국사회의 뜨거운 다문화 담론을 해소하기 위해 이주여성 자신들이 우리 사회의 주체적 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돕는 일과 일반 시민들의 의식개혁 운동이 필요하다”며 “언론에서도 이주여성의 성공스토리를 부각시켜 여성들의 자신감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트남·한국 간 이해 및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발제하는 딩 티 투이 항 베트남기자협회 언론인교육센터 부대표는 “아직 한국 국민들이 베트남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언론들은 베트남에 대한 통신·언론 활동을 증대시키고 베트남 언론들도 한국과의 언론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은 ‘베트남과 한국 저널리스트 수교 20년 이후 미래로’라는 주제로 안병찬 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의 특강도 계획돼 있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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