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 상륙, 기자들 '태풍 속으로'

밧줄로 몸 묶고 리포트…안전사고 우려 목소리도


   
 
  ▲ 28일 한반도 서쪽을 관통한 태풍 ‘볼라벤’의 북상을 보도하는 기자들의 모습. (KBS·JTBC 화면 캡처)  
 
강풍에 날아갈듯, 파도에 삼켜질 듯, 태풍 ‘볼라벤’에 해당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기자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현장 기자들이 요동치는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해 밧줄로 몸을 묶고, 쏟아지는 빗방울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보도를 하고 있다.

28일 한반도 서해안을 관통한 태풍 볼라벤의 이동경로인 제주, 여수, 광주, 군산, 서해대교, 인천대교로 이어지는 곳곳에 기자들이 배치돼 뉴스특보로 소식을 전했다.

이 같은 대국민적 관심사를 반영하듯 태풍이 제주에 상륙한 27일 KBS ‘뉴스9’ 시청률은 32.2%를 기록했다. 2003년 이래 최고 시청률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 특집방송으로 진행된 ‘뉴스9’은 전일에 비해 무려 7.8%의 시청률 상승을 보였다. SBS와 MBC의 메인 뉴스 역시 볼라벤의 영향으로 전일에 비해 시청률이 각각 1.6%, 0.9% 상승해 15.8%와 7.7%을 기록했다. YTN 역시 평소보다 2배 가까이 시청률이 높아졌다.

태풍이 한반도 서쪽을 관통한 28일에는 기자들은 몸을 던져 긴급 리포트를 내보냈다. JTBC 곽재민 기자는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전남 목포항의 강풍 속에서 밧줄로 몸을 묶고 보도를 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화제가 됐다. SNS 상에서는 “기자 정신이 대단한 것 같다”는 칭찬의 글에서부터 “밧줄까지 목에 묶고,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며 기자의 안전을 걱정하는 글이 넘쳐났다.

“보시는 것처럼 이 곳 목포에는 엄청난 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로프로 몸을 묶어야만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28일 리포트)

곽 기자는 2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목포항에 도착해 장비 없이 보도를 하러 나갔더니 바람이 너무 세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었다”며 “로프를 파는 항 근처 선구점에 가 로프를 구입해 몸을 묶고 보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에서 안전문제를 계속해서 강조했고 안전모까지 사라고 말했는데 시간이 없어 그렇게까지는 못했다”며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뜻하지 않게 화제가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KBS 최혜진 기자, MBC 박주연 기자, SBS 최고운 기자, TV조선 윤우리 기자 등이 태풍 볼라벤의 소식을 현장에서 직접 전하며 비와 바람에 온 몸으로 맞서고 있는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네 명의 여기자들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도 뉴스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연결을 한 한 방송사의 앵커는 위험을 무릅쓰고 태풍 피해 현장에 뛰어든 기자들을 보고 “스튜디오에 앉아있기 미안할 정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재난보도를 충실히 하는 것은 기자의 임무이지만, 이번 태풍보도가 방송사별로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자칫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8월 17일 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인 KNN 손명환 기자(당시 45세·영상제작팀)가 오전6시 태풍 ‘뎬무’를 더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민락동 방파제 현장을 찾았다가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고 순직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기자협회 추종탁 KNN 지회장은 “기자 스스로 조심해야 된다. 어느 방송사든 회사의 강요라기보다는 기자 본인이 좋은 그림을 찍으려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항상 안전에 유의하면서 취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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