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늘 가르는 새들 담아내며 자유 만끽합니다"

'조류사진 전문가' 한라일보 강희만 기자


   
 
  ▲ 한라일보 강희만 기자  
 
한라일보 사진부 강희만 기자는 일이 없는 날에도 카메라를 메고 나선다. 새를 찍기 위해서다. 강 기자는 10년째 주말을 새와 함께 보내고 있다. 새 사진을 찍는 게 그의 낙이기에 15kg에 가까운 장비를 짊어지고도 지치지 않는다.

1992년 입사 이후 사진기자로서 연출된 사진만 줄곧 찍던 그는 어느 날 연출 없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찍게 된 것이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다. “제가 제주도 토박이인데 이곳에선 400종 가까운 새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어린 시절에도 참새, 동박새, 직박구리와 벗 삼아 놀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어요.”

강 기자가 주말마다 새를 찍기 위해 찾는 곳은 마라도다. 이곳은 호주, 뉴질랜드에서 오는 새들이 태평양을 건너 처음 쉬는 섬이다. 마라도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 걸린다. 무거운 장비 탓에 양 어깨가 무겁지만 많이 돌아다니며 새의 습성을 관찰하는 것이 그가 전하는 새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이기에 강 기자는 매번 섬을 두 바퀴 정도 돈다.

본격적으로 새를 찍은 지 2년 정도 됐을 무렵 그는 연구와 보호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고,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철새 연구와 기록, 다친 새들을 구조하고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주로 한다. 이런 활동을 한 후 그의 사진 찍는 스타일은 달라졌다. “예전엔 저도 한꺼번에 날아가는 새들을 찍기 위해 돌을 던지기도 하고 새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어요. 보호활동을 하면서 과거 저의 모습이 부끄러워졌죠. 새는 사람이 가장 큰 천적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새가 놀라지 않도록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망원렌즈를 이용해 찍곤 해요.”

새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기록종 새를 보고 싶어 한다. 강 기자는 세 차례 미기록종 새를 발견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회원들과 함께 새로 발견한 새의 이름을 에위니아제비갈매기, 검은슴새, 붉은가슴딱새로 짓고 기록을 남긴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요즘도 처음 보는 새들을 찍으면 흥분돼요. 찾아보면 이미 기록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죠.”

강 기자는 2005년 한 해 동안 한라일보에 ‘강희만의 새 이야기’를 연재했다. 그는 “다음엔 ‘매일 아침에 만나는 제주의 새소리’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중심으로 한 시리즈를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독자들에게 새를 찍는 기자로 소문이 자자하기에 강 기자의 메일함엔 ‘이 새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는 독자들의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독자가 직접 사진을 찍어 지면에 실어달라고 보내주기도 한다.

그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새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인 큰아들 인엽 군도 아빠처럼 새를 사랑해 생물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강 기자는 “제주도 새에 대한 연구기록을 보완해야 한다”며 “2010년 연구센터 회원들과 함께 만든 ‘제주도의 새’라는 도감의 증보판 작업도 해야 한다”고 새 연구에 열의를 보였다. 양성희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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