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공영방송의 동반파업 사태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MBC의 파업, 이 파업이 시작된 지 벌써 4주째다. 그리고 22일은 이번 사태의 큰 분수령이 될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다.
여당에서 6명, 야당에서 3명이 추천돼 구성된 이사들은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MBC의 ‘감독자’들이다. 지금 시점에서 우린 이들에게 지난 4주간, 그리고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돌이켜보고 옳은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다.
우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MBC 노사의 대립 상황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바로 그날부터 지금까지 노사는 한 번도 대화를 갖지 못했다. 아니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다. 대화의 한 축인 김재철 사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파업돌입 당일부터 해외출장을 떠난 김 사장은 이후에도 줄곧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자신의 동선마저 비밀로 하고 밖으로만 맴돌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일 지난 1년의 경영상황을 보고하는 이사회의 업무보고마저 불참해버렸다. 그렇게 공적인 업무를 팽개친 김 사장은 그러나 계약직 기자의 대규모 채용공고를 내는가하면 노조에 대해 하루에 3000만원씩 배상하라는 업무방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노조를 탄압하는 데는 너무나 교과서적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동안 서울시내 전역을 돌며 사장을 찾는 전단을 붙이고 시민들에게 나눠준 MBC노조의 활동은 ‘퍼포먼스’가 아닌 협상 상대를 만나기 위한 간절한 호소가 돼버렸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MBC의 기자들은 ‘제대로 뉴스데스크’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어떤 뉴스가 불공정했고, 그래서 앞으로 어떤 뉴스를 내보내야 하는지 알리는 인터넷 방송을 제작했다. 이 영상은 수십만 건의 조회를 기록했고 “진짜 뉴스데스크보다 낫다”는 뼈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
결국 사장은 업무에 손을 놓고 회사 밖을 떠도는 동안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도 나름의 방송을 만드는 기막힌 상황이 지난 4주간 MBC의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년간 벌어진 MBC의 공정성 시비를 다시 평가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김 사장 본인도 방송의 편파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10·26 재보선 직후 열린 노조와의 회의에서 김 사장은 선거보도가 편파적이었다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 “일부 동의한다”며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신을 포함해 보도책임자의 사임을 요구하라고 말했던 내용이 당시 회의록에도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MBC 뉴스는 계속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고, 결국 이번 파업으로 이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김 사장은 노조의 퇴진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사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도 공영방송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은 바뀔 수 없다. 국민을 대표해 MBC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들, 그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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