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제12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부산일보`'석대`쓰레기매립장'

'탐사보도`개가`올렸다’`호평



중앙`‘난곡`시리즈’`생생한`취재`돋보인`역작



부산MBC`‘범어사’`추적보도`높은`평가`받아





이달의 기자상은 심층취재 및 분석·탐사보도의 승리로 기록됐다.

특종보도 하면 누구나 흔히 고전적 개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엄청난 사건·사고 또는 비장의 사실과 자료 등을 다른 매체보다 신속·정확하게 보도해 국민과 각계에 충격을 주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며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주종을 이룬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특종보도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바뀌고 있다. 충격적인 단발성 보도보다는 사회 각 분야와 우리 주변 일상사 등 공동의 이해와 관심이 얽힌 사안들에 대해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심층취재와 분석, 탐사보도의 기법으로 진실을 무게있게 전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눈에 잘 띄지 않고 평범한 사안과 현상, 문제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진지하게 다각적으로 발굴하고 분석해서 진상·진실의 전부 또는 밑바닥을 보여주는 노력이야말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진실 보도, 정확 보도, 과학적 보도의 자세라 하겠다. 따라서 5개 부문에 총 31건이 응모한 후보작들중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된 기사들의 특징은 대부분 심층취재 탐사보도의 방식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우선 10편이 경합한 취재보도 부문에는 부산일보의 ‘죽음의 마을 석대 쓰레기매립장 환경오염 보도’가 2차에 걸친 정밀심사에서 최고 득표를 얻어 선정됐다. 사실 전국의 수천개에 달하는 쓰레기 매립장이 부실건설과 운영으로 오래 전부터 환경재앙을 유발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부산일보 취재팀은 부산 동대마을 주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 매립장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와 토양오염으로 부근이 이미 죽음의 땅이 되어 있음을 전문가들을 동원해 조목조목 입증, 행정당국의 무사안일과 직무태만에 경종을 울렸음은 탐사보도의 개가라 할 수 있다.

함께 선정된 세계일보의 ‘여야 3당 정치자금 회계조작 실태’ 역시 10년 이상 해마다 거액의 국고보조를 받아온 정당이 멋대로 남용조작한 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하고 언론은 이를 외면·묵인해 온 것을 추적하여 혈세낭비와 횡령실태를 파헤쳐 결국 올 하반기부터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게 한 것은 끈질긴 취재정신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기부금 규제범위 확대’(대한매일), ‘문일섭 전국방부 차관 거액 도난사건’(경향신문) 등은 공들인 노력작이었으나 입상하지 못했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중앙일보의 ‘현장리포트 서울 최대의 달동네 신림동 난곡시리즈’가 단연 1위로 선정됐다. 근 70여일동안 취재팀이 현지에 들어가 직접 생활하면서 가난의 원인과 실태, 주민들의 의식구조 등을 생생하게 취재, 이를 컴퓨터분석프로그램(SPSS)으로 정리보도함으로써 달동네 실태를 정밀 해부한 것은 돋보이는 역작임에 틀림없다.

6편이 응모한 지역취재보도부문은 ‘범어사 유물 천여점 증발’(부산MBC)과 ‘지리산 엄천강 녹조사태’(국제신문)가 경합했으나 ‘범어사…’가 선정됐다. ‘범어사…’는 1932년 조선총독부가 만든 범어사 재산대장을 기준삼아, 특히 1970년대 이후 유물들이 집중적으로 망실·증발했음을 전문학자들의 조사보고서와 사찰의 유물대조로 추적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엄천강 녹조’는 현장취재로 총연장 24㎞의 강이 거의 녹조현상을 보였음을 확인하고 10여일간의 추적·분석보도로 원인과 대책 등을 제시하는 노력을 보였으나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는 8편이 응모했으나 기획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다. ‘쌀이 남아돈다’(충청일보), ‘수입소가 몰려온다’(마산MBC)는 착상은 좋았으나 통계 부족과 취재·구성이 허술한데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다른 응모작들은 이미 중앙언론 등이 종합보도한 것을 모방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지역의 행사유치 캠페인 보도로 그쳤다. 결국 산림청의 관리태만으로 백두대간의 분수림을 싹쓸이 도벌하여 산림을 황폐화시키고 있음을 정확한 자료와 법규, 수치 등을 들어 파헤친 ‘분수림 벌목현장을 가다’(강원도민일보)가 입상했다.

이밖에 심사위원회는 3편이 응모한 전문보도부문에 ‘민주당 사무총장 논산서 계란세례’(연합뉴스) 사진을 별다른 이의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편집국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