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지역언론 대책 시간이 없다

공동판매제 등 근본처방 절실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최근 발간한 언론백서를 보면 긴 한숨소리가 들린다. 이런 참담한 근무여건에선 기자이기를 포기하고 싶다는 비명에 가까운 한숨. 실제로 광주지역 12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자들의 절반 이상이 다른 분야로의 전직을 원했다.

이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법정 시간을 14시간 가까이 초과하고 있다. 70% 이상의 기자가 자신의 업무량을 과중하게 느낀다고 했다. 대부분 기자로서의 본분인 취재보도 활동뿐만 아니라 광고 수주나 신문구독 권유 활동을 강요받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는 생계가 어려운 수준이다. 이 지역 기자들은 신문, 방송사가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했다.

이번 백서의 내용은 날로 악화하는 지방 언론의 환경을 이대로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절실한 인식을 갖게 한다. 이것이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 기자들이 아프게 공유하는 현실임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자 사회 내부에서 지방언론을 살리기 위한 근본대책을 활발히 모색해야 할 때다. 그간 지방언론의 폐해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무성했지만 바른 언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우려는 논의는 미약했다.

이는 모든 것이 중앙집중화 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에 그 근본 원인이 있지만, 그 구조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대책을 미룰 때가 아니다. 오죽하면 기자들이 언론사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허가제를 도입하자고 했겠는가.

정부는 기자들이 지역 언론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신문공동판매제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제도로써 지원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지역에서 건전한 언론 역할을 하는 언론사와 자사의 부당한 권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언론사를 분명하게 가려서 시장에서 전자를 부양하고 후자를 퇴출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나름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언론사와 기자들마저 도매금으로 ‘사이비’로 몰아붙이는 일은 지방언론을 더 진흙탕으로 만들 뿐이다.

물론 외부의 규제나 지원보다 지방 언론 사주, 경영자의 인식 전환과 자정 노력이 선행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기자들에게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보수를 주면서 언론사 사주라고 지역유지 행세를 하는 작태는 부끄러운 구시대의 유물이다. 기자증 매매와 지역민 협박, 갈취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바로 언론사 경영진의 부패 불감증 때문이다. 정녕 사익을 추구할 생각이면, 언론사를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언론은 사기업이면서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야 하는 공공의 성격을 어느 때에도 놓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우리는 이번 백서를 만든 광주, 전남의 기자들에게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본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자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목소리. 이제 우리 사회가 거기에 응답을 해야 할 때다. 편집국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