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김정일 사망 보도로 호된 신고식

개국 초 대형사건에 보도본부 연일 강행군
9~12시간 특보체제…"자신감 얻는 계기"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이 퀭하게 들어갔더라.” 조선일보 한 기자는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일 특보, 이후 후속 보도를 하느라 녹초가 된 TV조선 보도본부 모 부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은 1일 개국한 종편 보도본부가 처음 치르는 대형사건이었다. 여기저기서 온 기자들이 호흡을 맞춘 지 20여일 만에 터진 돌발 상황에 종편 보도본부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종편사들은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한 19일 정오 12시 이후 특보체제에 돌입해 이날만 9~12시간 방송을 내보냈다. 처음엔 대부분 기존 프로그램에 속보 자막만 내보내고 진행자들은 말을 얼버무리는 등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기존 방송사 출신 앵커들이 긴급 상황에 대처하고 각계 전문가들이 출연하면서 특보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채널A는 신석호 북한전문기자가 이날 출연해 정오 12시16분부터 1시간20분 동안 김정일 사후 북한 후계 구도, 북한 군부의 예상 움직임 등을 해설했고, JTBC는 같은 날 2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전문가 긴급 좌담-김정일 사망과 한반도 정세’를 내보냈다. TV조선은 북한 현지 주민과 전화 인터뷰에 성공했다.

종편사들은 20일에도 특보체제를 가동했고, 정규 방송으로 복귀한 21일부터는 뉴스와 특집대담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JTBC와 TV조선은 27일 오후 북한 김정일 위원장 조문차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희호 여사의 귀경 모습을 라이브로 연결해 보도했다.

TV조선 한 기자는 “12시간 연속으로 방송을 하느라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었다. 점심, 저녁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방송을 진행했다”고 했고, JTBC 기자는 “외교 안보 분야에 경험이 없어 속보를 정리하고 리포트 하느라 적잖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신문과 협업도 김정일 사망 보도에 도움을 주었다. 모기업 편집국 기자들이 기사를 마감한 후 저녁 뉴스에 출연하고 신문사 특파원들은 해외 반응을 리포트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좌담 사회자로 JTBC 화면에 등장했다. 강철환 기자(조선일보) 등 북한전문기자들의 심층적인 해설도 눈길을 끌었다.

종편사들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특보체제가 개국 초 다소 불안정했던 보도시스템 안착에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한다. 특히 방송 경험이 부족했던 구성원들이 이번 사건으로 취재 및 보도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이하경 JTBC 보도본부장은 “적은 인력에 경험이 부족했지만 편집국과 중앙일보 산하 통일문화연구소, 중국연구소들의 도움으로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실전훈련을 경험했다. 보도시스템 연착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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