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부 언론들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을 보도했다. 베이징 소식통을 빌려 김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또는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의 동북지방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베이징 특파원의 이름으로 보도했다.
이 뉴스는 북한 방송이 명백한 오보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북한과 관련된 뉴스의 경우 대부분 확인이 안된 상태로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방송이 방중설이 나도는 그 시간에 김 국방위원장이 북한군을 시찰하고 있었음을 보도했다.
한국 언론이 더 이상 오보를 하지 않도록 북한이 배려한 셈이 됐다. 이로 인해 언론의 북한 뉴스 보도방식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언론의 북한 뉴스보도는 거의 미확인 소식통에 의해 이뤄진다. 북한 보도와 관련해 북한 당국과 직접 접촉이 어려운 만큼 중국의 베이징 외교소식통,워싱턴 정가,일본 소식통,정부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려 보도하는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항상 보도의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언론이 북한 뉴스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도 경쟁적으로 보도할 때 문제는 더 커진다. 일선 기자나 데스크 사이에도 북한 소식은 우선 보도하고 그후에 맞으면 특종이고 틀리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김정일 방중설도 그런 사례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국내의 민감한 사안을 보도할 때는 철저한 확인 절차를 거친다. 심지어 소송을 우려해 변호사를 통해 기사에 문제가 없는 지를 재차 확인한 다음 보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된 경우인지 북한 소식에 대해서는 이런 기본적인 보도 절차가 무시된다.
북한 뉴스를 보도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뉴스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보도 자체만으로 국내외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여러 경로의 검증이 필요하다. 물론 대북한 접근이 제한돼 있어 보도에 한계가 따른다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번 김 국방위원장의 방중설 보도는 매체간 경쟁으로 빚어졌고 결국 오보를 하게끔 유도했다.
서울 본사의 취재지시를 받은 일부 베이징 특파원들은 김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이 신빙성이 없음을 데스크에 보고했으나 데스크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면 그 문책을 어떻게 견딜것인가 하는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올 1월에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이 데스크들을 더욱 목조른 것은 아닌가 한다. 김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허위로 드러난 이상 김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을 보도한 언론들은 이제 사실을 말해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잘못된 보도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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