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가 기자들에게 말한다. 의심하고 파헤치라고…"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 기자, 기자정신이 뭐라고 생각해요?” “네?” 갑작스런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런 게 아닐까요. 의심하는 것. 팩트(fact)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뒤집어 보고, 다른 각도로 보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
12일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사옥 인근 카페에서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을 만났다.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5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분수대에 ‘언제까지 신문은 ‘나꼼수’의 특종 행진을 지켜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고서다.
그는 칼럼에서 ‘신문이 발길에 차이는 깡통 신세’, ‘밥그릇 다 날아간다’ 등 격한 표현을 쓰며 기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제도 언론이 독자들의 불신을 받고 변방으로 밀리고 있는 형국을 제 역할과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탓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인터넷 방송 ‘나꼼수’의 문제의식을 높이 샀다. 10·26 재·보선 당일 아침 선관위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에 나꼼수는 ‘왜 다운이 됐을까.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계획적 범행 가능성 아닌가’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제도 언론은 막연히 북한의 소행이라고 했을 뿐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모든 게 보면 의혹, 의문, 의심에서 출발해요. 나꼼수는 의혹 제기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물고 늘어졌고 제도 언론 기자들은 추적하지 않았죠. 우리 내부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내부 검열, 자율 규제에 빠진 거죠. 결국은 노력과 자세의 문제예요.”
혹자는 나꼼수에 의혹만 있고 팩트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배 위원은 기자들이 팩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팩트를 편의에 따라 취사선택하지 않았는지, 자사에 유리하게 왜곡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꼼수는 전통적 시각에서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팩트 파인딩이나 게이트 키핑 등 기사 검증 과정이 생략된 채 떠들고 토해내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공신력을 갖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MB’를 대놓고 표방하는 것이 인기의 배경이지만 MB 비판이 무의미해질 때 나꼼수 포맷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제도 언론의 정당성은 신뢰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으니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셈이죠. 자초한 측면이 커요. 그동안 언론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왔느냐.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한다면 자신있게 ‘예스’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배 위원은 올해로 28년차 기자다.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국제담당 에디터 등을 지냈으며 현재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을 하고 있다. 논설위원답게 중앙일보 오피니언면을 자랑했다. “중앙일보는 다양한 목소리를 지면에 반영해요. 특히 오피니언면은 개방적으로 지면 운용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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