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중국인민과 마음을 통하다
[시선집중 이 사람] 매일신문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한 분야의 ‘통(通)’으로 불리는 것은 전문 직업인에게 최고의 찬사다. 그 분야를 평정한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서명수 서울정경부장은 자타공인 중국통이다. 항상 통을 찾되 스스로 통이 되긴 힘든 기자의 세계에서 그는 분명 탐구대상이다.
서 부장은 그동안 두 권의 중국 관련 책을 펴냈다. 2007년 출간한 ‘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은 국내 최초로 중국 인민들을 현장 취재해 담은 책으로 꼽힌다. 민중예술가, 삼륜차 운전수, 노교수 부부, 공무원과 벼락부자 등 중국 인민과의 만남을 통해 중국사회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2009년에는 ‘허난, 우리는 요괴가 아니다’를 펴냈다. 이 책은 중국 허난성에 대해 지역차별이란 주제로 접근한 리포트로, 서 부장이 계획하고 있는 중국시리즈 제1권에 해당한다. 앞으로 10개 성을 각각 특정 주제에 담아 중국의 지역과 역사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완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국수와 석탄으로 산시성을 다룬 제2권을 연말쯤 출간할 예정이다.
중국통으로 인정받으며 서 부장은 EBS의 인기 여행 프로그램 ‘세계테마기행’에도 두 번 출연했다. 지난해 7월 ‘5천년 시간여행 산시성편’이 방영됐고, 올 6월에도 ‘중원의 별 중국 후난편’을 진행했다.
그가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1998년 통일부 출입기자로 베이징에서 열린 차관급 회담을 취재하면서다. 그는 화려한 회담장보다 우리의 1950~60년대 모습을 한 “뒷골목 풍경에 확 끌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중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0여 차례 중국을 기획취재하면서 직접 살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살려면 언어가 통해야 한다. 2002년부터 학원에 등록하고 중국어를 배웠다. 그리고 2005년 7월, 삼성언론재단 지원으로 중국연수 기회를 얻어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에서 1년간 공부했다.
13년 전 첫 방문에서 회담장보다 뒷골목에 눈길이 갔을 때부터 그의 관심은 중국정치나 중국경제가 아니라 중국의 서민, 라오바이싱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회만 생기면 당대의 중국인민을 만나 소통하고 중국의 속살을 보는 내공을 쌓았다. 그의 책과 방송이 호평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특정 시대의 프리즘으로 중국을 보거나 미국 중심의 시각으로 중국을 재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가 중국을 보는 것은 서구 입장의 분석이거나 여행기 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직접 기록한 것이 없다. 내 작업은 우리가 중국을 보는 작은 퍼즐이다. 이 퍼즐이 엮이면 중국에 대한 큰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그는 2006년 연수를 마치며 부인과 두 자녀를 중국에 두고 온 기러기아빠다. 그래서 요즘도 두 달에 한 번은 가족상봉 겸 개인작업 겸 중국을 방문한다. 그는 “내가 중국 공부에 매진하는 데 가족을 인질로 삼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자유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22년 경력의 부장급 기자이면서도 장발을 고집한다.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전공했고, 사디즘의 어원인 사드백작을 연구하고 싶었다. 이런 그의 자유로운 성향이 중국전문기자가 아닌 기자이면서 중국통인 그를 가능하게 했는지 모른다.
그는 후배들에게 전문성을 강조한다. “기자가 권력과 명예, 잘하면 돈까지 쥐던 시대는 지났다. 기자도 자기 전문성에 집착해야 하고 성과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하는 만큼 대접받는다.” 바로 그 스스로 걸어온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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