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 수달가족에게 생태를 배우다
전북일보 안봉주 부국장·사진영상부장
올 3월부터 홈페이지에 생태사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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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봉주 부국장·사진영상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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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홈페이지에는 ‘안봉주 기자의 생태사진’이라는 배너창이 있다. 올해 3월부터 서비스 중인 이 코너에는 전북일보 부국장 겸 사진영상부장인 안봉주 기자가 찍은 생태사진 3백여 점이 올라 있다.
때까치가 알 낳고 부화한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한 쌍의 수달가족이 전주천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멸종위기에 처한 하늘다람쥐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가르며 날고, 땅 위로 나온 매미의 성충이 허물을 벗는 모습 등이 생생하다.
생태사진 촬영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것은 다반사고 밤늦게, 또는 새벽에 처져 내려오는 눈꺼풀과 싸우며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희미한 빛에 모든 것을 건다. 전주천 수달가족은 잠복에서 촬영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눈 내리는 전주천에서 혼자 밤을 새우곤 했습니다. 무덤 같은 어둠 속에서 수달의 낌새를 낚아챌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청각과 시각뿐이죠. 수달을 보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날이 밝아오면 잠은 밀려오고 출근은 해야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새벽, 수달 가족들이 바위에 올라앉은 모습을 카메라에 잡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안 기자는 이 사진으로 전북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전북언론환경상 등을 수상했다.
15년 전 들꽃 사진을 신문 지면에 주기적으로 실으면서 생태사진과 인연을 맺은 그는 전주천 수달가족 촬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생태사진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은 새만금 갯벌에 살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 등 야생조류들에게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있다.
안 기자는 수백 점의 생태사진 가운데 도심아파트 12층에 둥지를 튼 원앙가족을 찍은 사진을 가장 아낀다고 했다. 아파트 보일러실 환기구에서 태어난 원앙 10마리가 부화하고 이소하는 과정을 30일 동안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은 전북일보 2008년 6월30일자 지면에 ‘회색도시서 길을 잃다’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연 상태의 원앙새끼들은 높은 둥지에서 몸을 날려 뛰어내립니다. 어미와 함께 물가로 향하고 물로 들어가서 이동하죠. 아파트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어떻게 이소하는지 관찰했습니다. 똑같이 공중에서 뛰어내리더군요. 10마리가 12층에서 뛰어내리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미를 따라간 새끼들은 4마리,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지고…. 도심은 그들이 이동하기에 너무 위험했습니다.”
그는 카메라가 싫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 생태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다. 사진기자가 많아야 2~3명에 불과한 지역신문의 여건이 그를 힘들게 하지만 독자들에게 좋은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찍겠다고 했다. “힘든 점이 왜 없겠어요. 내가 좋아서 시작한 것이니까 계속 하는 거죠.”
1988년 전라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1년부터 전북일보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전북사진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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