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약초박사'를 아시나요

제주MBC 송창우 보도위원



   
 
   
 
2009년부터 세계 각국 돌며 약초 다큐 제작 


2004년 송창우 제주MBC 보도위원은 중국 베이징 민속대학 연수 중 약초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천식을 앓던 중학생 딸이 중국 의원이 지어준 약으로 눈에 띄는 호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약초 몇 가지를 처방받아 며칠 먹였더니 아이의 천식이 그치더라”며 “천식이 오면 너무 고통스러워 병원에 입원해 링겔까지 맞곤 했는데 약초로 병이 낫는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그 길로 약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귀국해서는 본격적으로 약초를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제주지역에 한라산을 중심으로 8백3종의 약초와 약용식물이 자생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지만 흔히 통용되는 약재는 서너 가지에 불과했다.

중국이나 유럽 등에서 약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약초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었다. 약초재배를 다양화하고 산업 쪽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5부작 다큐멘터리 ‘불로장생, 건강과 아름다움의 약속’이 탄생한 배경에는 그런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2009년 7월부터 2년 넘도록 전국 각지와 중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약초’ 다큐를 제작했다.

“약초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은 말할 나위 없고 유럽 쪽에서도 많이 발전돼 있어요. 최근 들어 유럽에서는 밀값이 하락해 약초를 대체작물로 재배하고 있는데 단순히 약초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약초를 가공해 제약회사에 넘기는 등 고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국가도 많은 지원을 해주죠.”

실제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 등은 2~3년간은 밀농사를 짓고 나머지 1년은 밀을 경작했던 곳에 라벤더 같은 약용식물을 심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라벤더 들판을 보러오는 관광객이 많아 부수입도 얻는다.

스위스도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바위돌꽃, 샐비어, 허브 등 약용식물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약초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행정도시인 베른에는 ‘서양의학의 중심지’라는 스위스의 명성이 무색하게 약초로 만든 약을 파는 약국이 즐비하다.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약초가 다양하고 약성도 뛰어나지만 정부의 지원이 빈약한 것은 물론 관심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제주 약초는 그 종이 8백여 종으로 다양하다. 과거 절해고도였던 터라 의료 인력이 별로 없어 자생하는 식물들을 활용해 치료를 해야 했던 독특한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조들이 오랜 기간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식은 현재도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열대에서 아한대까지 아우르는 한라산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척박한 중산간은 식물의 생존력을 키워 그만큼 약성이 뛰어나다”며 “겨울철에 얼지 않는 땅은 밭에서 작물로 재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감귤과 양배추, 무 등에 집중된 제주 농업의 작목 변화를 유도하고 쇠퇴하는 1차 산업을 살릴 희망으로 약초재배를 내세운 것이다. 또한 제주의 관광, 의료에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위원은 “제주에서는 감귤을 많이 키우는데 어느 해에는 폭등하고 어느 해에는 폭락하는 등 가격이 불안정하다”며 “약초가 제주의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이와 관련해 올해부터 매주 일요일 건강산업 기획보도를 리포트해 내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21회를 내보냈다. 약초산업 관련 토론회에도 단골로 불려나간다.

송창우 보도위원은 “약초만이 아니라 인간과 식물이 공존하고 다양한 식물을 가진 나라가 미래 인류의 건강을 담보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약초산업의 단기적 성과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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