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자, 경력 제대로 인정 못 받는다

중앙일간지, 현장적응 등 이유 경력인정 60~1백% '천차만별'

#. 한 지역신문의 5년차 기자는 청운의 꿈을 안고 중앙일간지에 입성했다. 매번 1면 톱기사를 장식하던 에이스였다. 그러나 중앙일간지에서는 경력을 깎았다. “3년을 인정해 주겠다”고 했다. 나머지 2년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지역신문 출신 기자가 서울 소재 언론사에 경력기자로 채용될 경우 일부는 1백% 경력을 인정받지만, 상당수는 심하면 절반까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신문·방송사 인사 담당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대다수가 중앙일간지 경력자는 1백% 경력을 인정한다고 밝혔으나, 지역신문 기자의 경력 인정은 60~1백%로 천차만별의 대답을 내놨다. 대외비라며 답변을 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지역신문에선 인재 유출이 고민일 만큼 지역기자들의 서울 진입은 이미 일상화됐다. 그러나 지역기자들이 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은 딜레마다. 지역출신으로 중앙일간지에 진출하는 기자들 대부분은 에이스급 기자들이다.

A중앙일간지의 지역출신 경력기자는 “내 경우는 경력의 70%를 인정받고 중앙지로 옮겼다”며 “어차피 중앙지 진출의 관례로 받아들였지만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B중앙일간지 지역출신 경력기자는 “경력이 2~3년 정도 깎였다”며 “연봉제를 하더라도 호봉을 근거로 책정되다보니 불이익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선후배 중에는 경력의 50%만 인정받고 들어간 사례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C방송사 지역출신 경력기자는 “5년차 때 메이저신문사와 방송사 2군데를 시험 봤는데, 한 메이저신문에서 경력을 3년 깎더라”며 “자존심 때문이라도 연차를 다 인정해주는 방송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호봉이나 연차가 깎이다 보니 승진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거나 입사 연도를 따지면 후배인 기자가 선배가 되기도 한다.

친정을 떠나 ‘용병’으로 채용되다 보니, 공채 기수들과의 괴리감을 느끼는 등 고충을 겪기도 한다.

경력을 다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신문사의 인사담당자는 “지역기자 중에는 유능한 인재도 많지만 채용자로서는 위험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무대가 다르다보니 현장적응 기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D뉴스통신사 경력기자는 이와 관련해 “지역신문에 대한 평가절하의 시선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차별 아닌 차별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어차피 실력으로 승부해 인정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신문 출신으로 소위 중앙지에서 ‘에이스’급으로 부상한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경영진의 인식이 변화되고, 제 대접을 받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4개의 종합편성채널의 출현 등으로 경력기자들의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경력 채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역기자들의 서울 진입도 과거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지역의 열악한 사정으로 이직을 택하는 기자들에 대한 ‘경력 후려치기’는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측과 협상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경력이 판가름나는 실정 때문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이와 관련, “회사가 누군가를 경력 채용할 때는 곧 당사자가 일정시간 동안 그만큼의 능력을 쌓아왔다고 인정한 것 아니냐”며 “중앙일간지 기자와는 달리 차별적으로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 기본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온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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