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통화합시다”, “저녁에 전화 줘요….”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 발표가 끝난 지 3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CBS 등 탈락한 언론사 관계자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깊은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일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한국경제 한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렇게 된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머니투데이는 기준점 8백점(총점 1천점)에서 1.62점이 모자라 탈락,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심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준형 보도채널 사업추진단장은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연합뉴스가 민간 언론보다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다는 게 ‘시장논리’를 강조했던 정부의 인식인지 궁금하다”며 공정성 평가 항목에서 연합뉴스(2백40.44점)보다 낮은 점수(2백32.13)를 받은 데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1.62점 미달한다는 심사결과는 정부 영향력 하에 있는 독점적 지위의 관영매체를 단독 선정하기 위한 정치적 산술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정부가 입맛에 맞는 언론만을 선택해 방송과 미디어 시장 밑그림을 그려 나간다면 대한민국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공정한 미디어는 탄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BS도 같은 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선정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실제 배점이 어떤 근거에 기반해 이뤄졌는지 명백하게 공개, 설명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번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선정결과는 정치적이거나 정략적 판단에 의해 이뤄졌다는 세간의 의심을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미디어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필수 방송추진위 기획실장은 “매경의 종편 선정으로 MBN이 보도채널에서 빠져 사실상 보도채널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뽑지 않은 게 된 셈인만큼 한 번 더 선정절차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종편·보도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중앙, 조선, 동아, 매경, 연합은 다수의 종편 출현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면서도 밝은 표정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심사에서 1위(8백50.79)를 차지하면서 한껏 고무된 분위기로 이날 오후 종무식 겸 종편 일정 보고회를 가졌다.
중앙일보 방송부문 남선현 사장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주신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기필코 국민에게 사랑 받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방송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년간 최고의 방송을 만들기 위한 동아일보사와 채널A 컨소시엄의 노력과 준비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방송과 차별화되는 고품격 콘텐츠와 보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 방송상황을 설정하며 사업준비를 한 만큼 가급적이면 빨리 시청자를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인설립을 마치는대로 개국 절차에 들어가 2011년 하반기에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도 이날 12시 종무식을 갖고 종편 선정을 축하했다. 장대환 회장은 이날 “지난 17년 간의 신문방송 겸영 노하우와 자산이 평가받은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원 아시아-글로벌 미디어’, ‘트랜스 미디어 허브’로 거듭나자”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보도전문채널 선정을 반기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타사처럼 자축행사도 갖지 않았다.
연합 장익상 경영기획실장은 “선정을 반기기는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인 만큼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라며 “공정방송, 글로벌방송 등을 기치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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