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취재, 방역이냐 알권리냐

연합뉴스 살처분소 취재 놓고 언론계 논란


   
 
  ▲ 22일 구제역이 발생한 강원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의 한 주민이 이날 저녁 살처분 예정인 소에게 마지막 여물을 주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연합뉴스)  
 
연합뉴스가 23일 보도한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한 농가의 '구제역 살처분 예정 소' 사진보도를 놓고 언론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기자가 이 보도를 '통제선을 넘은 취재 과욕'이라고 비판하자 연합뉴스 기자가 '통제선 밖에서 취재한 정당한 보도'라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한창이다.

◇한국 "연합 취재과욕"=한국일보 최흥수 기자는 24일 기자칼럼 '구제역 통제 예외 있을 수 없다'에서 "이런 사진을 취재할 수 있게 된 배경을 되짚어 보면 방역 당국의 안이함과 기자의 취재 과욕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뒤끝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최흥수 기자 칼럼.  
 
그러면서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지역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통제하고 방제와 관계된 인력이 아니면 절대 들여보내지 말아야 하는데도 기자의 출입은 허용됐다"며 "허용이 아니라면 통제선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기자도 사람이고 구제역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병에 걸렸을 지도 모를 가축과 직접 대면한다는 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다른 기자들의 사진은 통제선에서 멈췄으나 연합은 그 통제선을 넘었다는 것이 칼럼의 주요 주장이다.

◇연합 "통제선 밖에서 취재"=연합뉴스 강원취재본부 이해용 기자는 이에 한국 측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날 취재는 방역당국이 정한 통제선 지점의 1백m 바깥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통제선을 뚫은 취재과욕이라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날 연합뉴스를 비롯해 KBS춘천, 춘천MBC, YTN, 강원일보 기자들은 통제선 밖에서 분무소독 장면을 취재했다. 이후 철수 과정에서 연합과 춘천MBC 기자가 통제소 후방에서 굴착기로 논에 구덩이를 파고 있는 주민을 목격, 자신의 소가 살처분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춘천MBC 기자와함께 다시 취재에 돌입해 농가를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 보도했다. 춘천MBC도 이를 취재해 23일 보도했다.

이 기자는 "한국일보 기자는 취재진이 통제선을 넘었다는 단정 하에 취재과욕이라고 비판했다"며 "이번 건의 경우 분명히 통제선 밖에서 취재했고 한국의 보도는 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데 따른 오류"라고 말했다.

◇방역이냐, 알권리냐=한국일보 최흥수 기자는 이에 대해 "통제선을 넘지 않았더라도 살처분 예정된 소를 접촉하는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며 "구제역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기자들도 조심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해용 기자는 "통제선 안쪽이었다면 누가 취재를 하겠느냐"며 "통제구역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서 벌어진 일인데다 그 자리에 있던 기자라면 누구나 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제역 취재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기자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가축전염병 취재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방역당국이 정한 원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손한모 사무관은 이와 관련해 "구제역 발생 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가 전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고 나머지 반경 3km, 10km도 위험도는 낮지만 조심을 해야 하는 지점"이라며 "원칙적으로는 가축과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맞고 입출입시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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