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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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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지상파 다채널(이하 MMS)·민영 미디어렙·간접광고·중간광고·광고총량제·방송금지 광고품목 완화….”
방통위의 업무계획대로라면 내년을 기점으로 ‘광고·채널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편 2~4곳, 신규 보도채널 1~2곳, 지상파 다채널 최대 20개 등 채널이 급증하고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간접광고 활성화, 지상파의 제작 협찬 허용, 광고총량제 도입 등 광고유형이 다양해진다. 또 황금시간대 광고량도 부쩍 늘어나 ‘광고 반 드라마 반’ 시청을 해야 한다.
언론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경향신문은 20일 사설 ‘방통위의 무책임한 광고시장 확대 구상’에서 “방통위 업무보고는 아무리 살펴도 공공성, 즉 시청자의 권리와 편익을 중시한 구석을 찾기 어렵다”며 “철두철미하게 방송사업자 중심으로 돼 있다”고 질타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민언련 대표)도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간접광고 등 전체 광고규제 완화는 결국 일부 방송업자들에게 득이 될 뿐”이라며 “시청자들은 중간광고를 비롯해 프라임타임에 더 많은 광고를 봐야 하는 등 시청권 침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의 한 간부는 “지상파와 종편을 위한 당근정책인 탓에 영세 케이블TV업자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규제를 풀 테니 피 튀기는 경쟁을 해보라는 것이 방통위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통위 업무보고에는 공공성과 영세 케이블TV, 신문, 지역방송 등 기존 사업자들의 생존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광고규제 완화와 이에 따른 규모 확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5년 뒤 광고물량을 GDP의 1%인 13조8천억원으로 키워 현재의 8조1천억원보다 5조7천억원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성이 없다. 아시아투데이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전통매체의 기업광고비는 2001년 5조1천억원에서 2009년 5조9천억원으로 매년 평균 1% 성장에 불과했다. 광고매출 총량은 1990년대말 GDP 1%에 근접한 후 계속 하향추세이기도 하다. 또 이번 의료기관 광고허용 건 등의 경우 그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는데다 소관 부처와의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채 무작정 발표만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5년 후 GDP 1%, 5조 이상의 새로운 광고재원 확보를 천명만 한 셈이다. 과도한 출혈경쟁과 미디어 시장붕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지상파 MMS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종편사업진출 희망 신문사를 비롯한 여타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종편 희망사업자들은 ‘지상파 독재’ ‘지상파 특혜’로, 여타 신문들은 ‘지상파 달래기’ ‘우는 아이 젖 주기’ 등으로 방통위의 MMS 검토 계획을 평가절하했다.
사실상 MMS는 지상파 무료방송을 확대해 시청자 권익을 증가시킨다는 장점이 있어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돼 오던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공공 서비스를 정책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고, 광고규제 완화책과 연동해 발표하려다 보니, 지상파 공공성이 아닌 지상파 상업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조선 ‘중간광고에 다채널까지…지상파 방송 특혜’(18일자 1면), 동아 ‘지상파 독과점 심화 우려’(18일자 1면), 중앙 ‘방통위, 지상파에 다채널·중간광고’ 등 종편 참여 신문들을 비롯한 대다수 신문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방통위와 청와대는 이에 ‘검토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거나 ‘실제 업무보고에서는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기에 급급했다.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지난 60여년 간 지켜왔던 방송의 공공성과 국민 합의를 방송위가 나서서 깨부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광고시장이라는 것이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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