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인터뷰료 주고 계신가요?

달라지는 인터뷰 문화…"품이 든 긴 인터뷰 보상 따라야"


   
 
   
 
중앙일간지의 한 사회부 기자는 최근 한 민간전문가를 인터뷰했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자리를 일어설 무렵 인터뷰이가 ‘인터뷰료는 안 주시나요?’라고 물어왔던 것이다.

이 기자는 “전문가나 유명인들을 인터뷰할 때 사례를 주는 관행은 우리나라, 특히 신문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았다”며 “낯선 경험이라 적잖이 당황했지만 간간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사례를 하는 문화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외국처럼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에 달하는 인터뷰 사례를 하는 일은 아직 없지만 소소한 사례금은 에티켓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방송기자들은 학계나 민간을 자주 대면 인터뷰하면서 인터뷰료로 고민할 때가 많다. 인터뷰료를 미리 못 챙겼을 때는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가기도 한다.

SBS의 한 기자는 “시간을 많이 뺏는 경우라면 보통 자료조사비 정도의 금액(10만원 정도)을 지급한다”며 “언론사 사정이 어렵지만 인사치레 정도라도 인터뷰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한 문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대상은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일례로 한 대중예술평론가는 2007년 한겨레 기고에서 “신문·방송의 지적재산 보호가 허술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자나 연출자들이 길고 복잡한 내용의 조언을 구하지만 대부분 자문료나 인터뷰료는 주지 않는다는 것. 기사나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을 거쳐 생산된 자문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 만들어지지만 그것으로 그만, 사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명인 중엔 코미디언 전유성씨가 인터뷰료를 강조하곤 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인터뷰할 때 꼭 인터뷰료를 받는다”며 “이쪽에서 제일 선배이기에 선례를 남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짜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자들에게 책도 받고 백 원짜리 동전도 받는다.

기자들로선 인터뷰를 하며 으레 ‘상대가 감사히 생각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사실. 그 사이 사회적 풍토가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나 유명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지적재산을 공개하는 것에 보수가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돈을 요구하거나 줘야 한다면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아는 어떤 원로나 유명인, 전문가들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합일간지 기자는 “전문가나 학자, 유명인들이 미디어에 식견을 내보이고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크게 보면 사회에 양분을 되돌려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며 “서구처럼 인터뷰 사례를 하는 문화만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간단한 코멘트가 아닌 품이 드는 긴 인터뷰에는 충분한 사례를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다만 매체별 경영사정 등도 고려해야 하는 터라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기준을 정립하고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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