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노조는 왜 '칼'을 빼들었나
언론계, 노조 공정보도 행보에 '주목'
사측, 기자들 불만 있다면 수용 방침
연합뉴스 노조(위원장 문성규)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노조 몫 편집위원회 참석을 거부키로 하는 등 공정보도 기치를 든 것에 대해 언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 기사에 대한 외부 비판은 많았지만, 공식적인 내부 비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7월28일 ‘“권력 눈치보기 위험수위”’라는 헤드라인의 노보를 내고 “연합뉴스 일부 부서의 ‘정부·여당 눈치보기식’ 기사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3일 성명에서는 “총리·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잦은 4대강 특집, 천안함 관련 VIP 메모사진 누락, 세종시 문제,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명하달식 기사들”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27~28일 기자들와 사원들을 대상으로 △연합뉴스 기사가 공정하다고 보는가 △내외부의 압력으로 공정보도를 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 등을 골자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결과는 2~3일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노조는 왜 칼을 빼들었을까. 사실상 연합 기사에 대한 비판은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아니다. 연합 내부에서조차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 8월 연합이 ‘이명박 정부 반환점’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특집기사는 ‘용비어천가’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기자들은 물론 간부들 사이에서조차 너무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이 특집기사 가운데 ‘도전과 응전의 정치’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특유의 현장 경제 경험과 배수의 진을 친 전력투구, G20(주요20개국)에 대한 주도적 참여 등으로 극복, 세계의 경제모범국의 위상을 찾는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는 등 호평일색이었다.
또한 27일 특별취재 ‘한국유언비어 보고서… 괴담에 춤추는 나라’에서 “유언비어가 판치는 가운데 촛불집회는 3개월간 지속됐고 시위대와 경찰간의 극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당시 대규모 촛불집회가 정부 졸속협상이 아닌 유언비어에서 비롯됐다는 뉘앙스인 데다 조선일보가 이미 다뤘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공정보도를 외치고 나왔다는 것은 내부적인 자성과 위기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파괴력도 크다. 노조가 거부한 편집위원회는 정부가 뉴스통신진흥법을 통과시키며 전제조건으로 단 것이다. 이 때문에 편집위원회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국감 업무보고 등에서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자들의 자발적인 비판의식이 연합의 공정성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연합 기자들은 노조가 두 차례 성명과 노보에서 “데스크의 지시가 없더라도 스스로 (권력과 재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기사를 검열하는 단계에까지 진입한 것이 아니냐”고 밝혔듯 일선 기자와 데스크의 소통 부재·인식 차이는 물론 자발적인 순치마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의 한 기자는 “일선 기자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을 간부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또한 언제부턴가 편집국에서 데스크에 따지는 평기자가 자취를 감추는 등 구성원들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노조가 노보와 성명을 통해 공정보도를 말한 것은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잘 살아보자는 것 아니겠느냐”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기자들의 문제제기를 통해 더 좋은 언론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일단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편집위원회 정상화’를 기본 원칙으로 노조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사측의 한 고위간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노조의 요구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수용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며 “이제 기자들의 불만을 최고경영진도 알게 됐으니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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