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시청자 볼모 '공전' 되풀이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무산…SO비대위, 내달부터 지상파 광고 중단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전송 부분 유료화 문제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케이블TV들이 지상파 방송광고 송출 중단을 결정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8일 방송통신위원회 중재에서도 지상파와 케이블 양측은 공전만을 되풀이했다. 양측 관계자들은 이날 “아무것도 진전된 것 없이 추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지상파 재송신 중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국가기간방송사인 KBS1을 제외하고 KBS2, MBC, SBS의 방송광고 송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방통위에 지상파 재송신 전면 중단을 위한 시설 변경 및 이용약관 변경을 신청할 방침”이라며 “방통위 승인이 나오기까지 최장 60일이 걸리는 만큼 우선 광고부터 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결정이 현실화될 경우 케이블TV 가입자 1천5백20만 가구(전체 시청 가구의 80%)가 광고시간마다 ‘신호 없음’이나 검은색 정지 화면이 나오는 파행적인 TV를 보게 된다.
일각에서는 케이블TV의 이런 움직임이 시청자 반발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방송3사를 겨냥한 실력행사로 풀이하고 있다.
케이블TV는 그간 케이블망을 통한 시청자 확보로 지상파의 광고수익에 결정적으로 기여, 따로 재전송비를 받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실제로 비대위 측은 “오랫동안 지상파 방송을 대신해 난시청 가구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 투자해 왔는데 이제 와 지상파 재전송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케이블망을 통해 지상파들의 광고매출이 가능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업체들은 법원이 지난해 12월18일 이후 가입자에 한정해 유료화하지 않을 경우 재송신을 끊으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 일부만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해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상파 3사는 법원이 지상파의 권리를 인정한 만큼 판결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로 사업을 하는 케이블 업체가 이에 대한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케이블 망으로 지상파 광고매출에 기여했다는 케이블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지상파 광고를 책정할 때는 케이블 가입자 수가 아닌 전파 커버리지 기준 가구수를 기준으로 광고를 준다”고 밝혔다.
이같이 양측의 벼랑 끝 대결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청자 중심의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주최로 지난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인 ‘케이블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중단 판결, 시청자 중심의 해법이 필요하다’에서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양자(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모두 시청자를 볼모로 유리한 입장을 취하려는 공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한편 케이블TV협회가 전국 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보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지상파 3사가 케이블 업계에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73%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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