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가 끝났다. 어느새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다.
매번 그렇지만 추석 명절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농부의 땀과 노력을 거름삼아 모든 농작물이 가장 풍성한 때라고 해서 ‘풍성한 한가위’ 또는 ‘넉넉한 한가위’라고들 한다.
또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자주 만나지 못한 부모님과 친지를 만날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한 명절이 추석이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그리 넉넉하지도, 마음이 편치만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작은 냉해와 장맛비로 농산물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고, 계속된 태풍과 폭우로 수확기를 앞둔 벼 등 농작물 피해가 크다. 또한 침수로 인해 서민들의 삶의 터전도 앗아갔다.
기자들 가운데에도 이번 추석을 서글피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정방송 수호와 낙하산 사장 반대를 부르짖다 해직된 6명의 YTN의 기자들이다.
다음달이면 이들이 해직된 지 2년이 된다. YTN 배석규 사장은 이들이 겪는 아픔, 나아가 이들의 가족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아는지 묻고 싶다. 배 사장은 ‘집 떠난 자식도 돌아 온다’는 추석 대명절을 앞두고, 이들을 통 크게 포용할 명분을 세우기 바란다. 배 사장도 기자출신이 아니던가.
이와 함께 ‘공정방송 수호’라는 언론의 사명을 외치다가 무더기 징계를 받은 KBS, MBC의 언론인들도 추석이 즐거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김인규 사장과 MBC 김재철 사장은 상식적으로 매듭을 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정권을 위한 그들만의 ‘통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이 기자였다는 사실이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들 사장들을 앞세운 현 정권은 어떤가.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등 대다수의 각료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고, 이명박 정부 최장수 장관이었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딸을 위해 특채 요강마저 바꾸었고, 결국 중도하차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결되거나 희망이 보일 기미가 없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 추석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명절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여당은 친서민 정책을 부르짖지만, 결과는 부자 내각과 그들을 바라보면서 답답해하는 가난한 서민들의 아픔이 평행을 그리며 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또다시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에 맞선 언론인들도 언젠가는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해직언론인 여러분! 공정방송을 외치다 징계를 받은 언론인 여러분! 힘내세요! 당신들이 있기에 ‘공정방송’, ‘바른언론’의 희망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돋아날 쯤에는 마음 넉넉한 한가위를 함께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자출신 사장들에 의한 기자들의 해직, 징계’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서글픈 언론사(史)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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