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꿈과 맞바꾼 '기자의 꿈'

[시선집중 이 사람] 전종률 GTB 강원민방 영서본부장



   
 
  ▲ 전종률 GTB 강원민방 영서본부장  
 
1990년 단편소설 ‘삼투성’으로 등단한 소설가 출신 기자
지역문화 전국화·세계화 위해 강원도 전역 종횡무진 중


“소설 빚 갚으려 동분서주한 거죠.”
전종률 GTB 강원민방 영서본부장은 소설가였다. 199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신문사 자료실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삼투성’이 당선돼 문단에 나온 후 문학에 대한 열정에 불타는 청년으로 한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어쩌다가 그만(!) 기자가 됐다고 한다.

강원일보 문화부 문학담당 기자가 첫 출발이었다. 소설가 출신이라 문화판의 관심이 남달랐다. “저 기자, 소설가래”라는 말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물론 그에게 문화계의 주목은 부담이었다. 기사도 남들보다 잘 써야 될 것 같고 아, 이거 소설은 써야겠는데 시간은 없고…. ‘바빠서 글 못쓴다’는 핑계도 댔다.

그렇게 ‘소설 빚’을 항상 마음의 짐으로 지고 살았다고 한다. 강원도 전역의 문화판을 정신없이 뛰어다닌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비장한 각오로 덤벼야 소설이 써질 텐데 기자생활을 하면서는 그럴 수가 없더군요. 소설은 아니더라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이렇게 소설가의 꿈과 맞바꾼 기자일은 그 이상의 보람을 가져다줬다. 강원일보 시절에는 ‘만해축전 전국고교생백일장’을 만들었고, 아직 관심이 못 미쳤던 DMZ 생태계 탐사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2년 개국멤버로 GTB로 자리를 옮기고서도 문화만은 놓지 않았다. 회사의 정책이 ‘지역문화’를 중시했던 점도 그와 잘 맞았다. ‘GTB 문예관’이라는 시리즈로 1주일에 한 명씩 지역 예술가들을 조명했고, 전업 예술가들은 물론 각종 아마추어 예술동호회도 속속들이 다뤘다.

그렇게 기자이면서 지역 문화판의 일원으로 산 지 어언 20년. 지역문화계 인사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안 다뤄본 문화인, 문화계 대소사도 없다.

전 본부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말 중에 ‘건강한 문화는 곧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며 “예술과 문화가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문화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지역방송가에서는 드물게 대규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인류 문명의 길, 페이퍼 로드’, ‘도시의 생명력-축제’, ‘이태준·이효석·김유정 소설 100년’, ‘최승희(2부작)’ 등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한 ‘전종률 기자표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들 중 일부는 한국공영방송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렇게 지역문화의 전국화, 혹은 세계화를 위해 발로 뛰었다. 그만큼 지역문화에 대한 애착과 걱정, 기대가 남다르다.

“중앙 예술계와 달리 상대적으로 지원이 빈곤한 것이 지역문화계의 현실이기도 하죠. 하지만 지역예술인들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합니다. 나를 비롯한 언론은 지역예술인들이 열정을 회복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도를 해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는 지금 영서본부장으로 원주 시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틈틈이 각지의 문화예술을 찾아 발굴하는 문화전도사 역도 자임하고 있다. 바쁘다. 힘겹다. 하지만 회사가 일임한 역할은 역할대로, 자신이 뜻하는 일은 일대로 열심이다. 지역문화 파수꾼인 그가 있어 강원도 문화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그에게 다시 소설을 쓸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껄껄껄 웃음이 돌아온다. “항상 마음속에는…”이라면서. 전 본부장은 기자로 남고 싶어하는 듯했다. “어떤 기사든 보도하고 나서 그 다음은 없는 기자가 아니라 보도 후에도 항상 관심을 갖고 변화를 지켜보는 기자이고 싶습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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