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의 창립정신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한국기자협회가 17일 창립 46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기자들에게 묻는다. 한국기자협회의 창립정신을 아는가?

아마 기자협회가 언제, 왜 만들어졌는지, 기자협회의 창립정신은 도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기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언론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과 같은 암흑기이다. 물론 방식은 달라졌다. 당시엔 총·칼로 언론을 겁박했다면 지금은 종합편성채널 허가,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 등 언론 환경을 재편하면서 자본에 의해 언론을 옥죄고 있다.

달라지지 않은 방식도 있다. 1975년과 1980년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기자들을 대량으로 강제 해직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듯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청와대의 뜻을 잘 아는, 정권과 친밀한 인사들이 YTN을 시작으로 KBS와 MBC 등에 연이어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됐다. “그건 정말 아니다”라며 고개를 젓고 행동에 나서는 언론인들에게는 가차없이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이즈음 한국기자협회의 창립정신을 새삼 거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자협회가 창립된 것도 지금과 비슷한 배경에서 시작됐다. 기자협회는 서슬퍼런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던 1964년 8월17일 대표적인 악법인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언론윤리위원회법(언론법)이란 무엇인가. 1964년 7월 30일 공화당 정권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조차 계엄령 해제를 조건으로 이 법을 묵인해 법안이 통과됐다. 언론인들은 분노했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언론법 철폐투쟁위원회’를 만들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비롯해 모든 정부 관련 보도를 싣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박정희 정권은 신문에 정부 관련 광고를 게재하지 않기로 하고, 모든 공무원들한테 가정에서 신문 구독을 중지하도록 지시했다. 나아가 금융기관에는 신문사에 대한 은행 대출 등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하지만 정부의 보복조치를 규탄하는 기자들의 투쟁은 전국적으로 퍼져갔다.

결국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언론법 철폐투쟁위원회 대표들과 만나 언론법 시행을 전면보류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기자들에게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이렇듯 한국기자협회 창립정신의 핵심은 언론자유다.

그런데 지금의 언론 환경은 46년 전 우리의 선배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받는 상황이 됐다.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언론인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은 거리로 나앉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언론을 정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도록 만든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우리는 한국기자협회 창립 46주년을 맞아 언론자유를 박탈하고 기자들의 생존권을 유린한 이명박 정권에게 깊은 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직기자들부터 아무 조건없이 복직시키길 엄중히 요구한다. 정권은 짧지만 한국기자협회는, 대한민국 기자들의 기자정신은 영원하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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