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 한국방송.”
KBS를 시청하다 보면 수시로 흘러나오는 노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가사를 비틀어 부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충성을 다하는 정권의 방송, KBS 한국방송”으로 말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노조 전임자 인정과 공정방송위 설치 등을 두고 20여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노조는 조합원 93퍼센트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파업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새 노조’라 불리는 언론노조 KBS본부의 탄생배경에서 찾아봐야 한다.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KBS는 ‘관제사장’으로 일컬어지던 이병순 전 사장과 방송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에게 장악됐다. 이후 KBS는 공정방송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KBS뉴스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 국가 현안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KBS 프로그램에선 정권의 미운털이 박힌 방송인들이 줄줄이 퇴출됐다. 정권의 입맛에 좌우되는 비극적인 현실 앞에 KBS구성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돌아온 건 징계뿐이었다. 3대에 걸친 기자협회장과 2대에 걸친 PD협회장이 정직과 지방발령,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결국 KBS는 ‘김 비서 방송’이라는 치욕스러운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이에 올해 초 기자와 PD가 주축이 된 새 노조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목적은 단 하나 KBS를 살려내는 것이었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은 벌써 10여 일이 지났다. KBS 새 노조원들은 파업기간 서울역으로, 광화문 거리로 나가 국민들에게 “KBS를 살려 내겠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시민들도 화답하고 있다고 한다.
파업기금을 손수 기부하는 시민은 물론 KBS 새 노조의 트위터 팔로우도 급증세다. KBS의 파업을 지지하는 사회 여러 분야 단체도 20개가 넘는다. 이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에 대해 국민들도 함께 거부하고 저항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과 함께 방송 장악의 야욕을 끝없이 드러내 왔다. KBS는 물론 YTN과 문화방송에도 친 정권 인사를 줄줄이 투하했다.
하지만 권력의 하수인을 보내 방송을 멋대로 휘두르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특보사장에 반대해 파업을 주도했던 YTN 조합원 6명 전원에 대해 1심에서 해고 무효 판결이 내려졌다.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39일간 파업을 이끌었던 문화방송 노조위원장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이 정권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2년6개월 사이 방송사들이 방송 독립을 요구하며 잇따라 파업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방송장악 시도가 이 정권의 최대 실수였음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KBS를 정권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안으로 돌려보내주길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