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지키는 '성공한 경영자로'

김중배 신임 MBC사장에 바란다

먼저 김중배 MBC 사장의 선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기자협회가 개인의 인사 내용에 대해 굳이 ‘축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언론계에서 그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94년 한겨레신문 사장을 끝으로 언론계 현업을 떠나 시민 운동가로 변신했다.그가 암울했던 유신과 5공화국 시대에 날카로운 필봉으로 언론 민주화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아직도 많은 후배 기자들은 그를 언론사 사장이나 시민운동가라기 보다는 글 잘쓰고 바른말 잘하는 ‘글쟁이’로 기억한다.김 사장 자신도 언론계의 동료 및 선후배로부터 그렇게 기억되길 바랄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MBC 사장 취임을 축하만 하기에는 언론계 안팎의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문화방송 내부에서 조차 당초 정부측에서 방송국 내부 인사인 모씨를 사장에 올리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김사장에게 자리가 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일부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언론사 사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같은 지역 출신인 김사장이 거대 방송사의 사령탑을 맡은데 대해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의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김 사장 자신도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도권 밖에서 언론에 대한 비판을 계속할지,사장을 맡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언론 민주화에 큰 자취를 남긴 원로 선배의 언론사 사장 선임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김 사장도 언론계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만큼 어깨도 무거워졌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김사장의 취임을 맞아 몇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첫째,위성방송의 등장 등으로 급변하는 방송환경 변화속에서 MBC의 성공한 경영자가 되길 바란다.최근 몇년간 MBC가 경쟁사에 비해 시청률 저하 등 위상 추락이 있었던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게다가 민영방송도 아니고 공영방송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으로 방송국내 사원들의 불만도 커졌다.아무쪼록 위기감이 고조된 문화방송을 비전있는 방송사로 만드는 데 경영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둘째,김 사장 체제의 MBC가 방송개혁,아니 언론개혁의 선구자가 되기를 희망한다.사회개혁 부문에서 언론개혁이 가장 낙후됐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언론계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김 사장이 언론 민주화 운동을 했던 초심을 살려 언론개혁의 기수가 되기를 바란다.제도권에들어가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끝으로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MBC 사장으로의 변신이 그동안 쌓아온 언론인 김중배의 이력에 흠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가 없는 한국적 토양에서 훌륭한 선배가 없어져 간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손실이다. 아울러 당사자인 문화방송 종사자나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단체와 일반인들도 김중배 사장체제의 MBC가 언론개혁의 선도자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애정을 가져주길 부탁한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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