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MBC 사측은 징계의 칼을 빼들었다. 징계가 선거에 끼칠 영향을 철저히 계산할 것이라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41명의 직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당했고, 2명은 해고조치 됐다. 지방 계열사 직원들을 포함하면 징계 대상자 수는 1백명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업기간 중 사내 자유게시판에 올린 사장을 비난하는 글의 수위가 높았다는 이유로 해고 조치 됐다. 한 사람의 인생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사형 선고를 내리면서, 사장 개인의 인격을 모독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징계가 어처구니없는 또 다른 이유는 김재철 사장이 과연 무슨 자격으로 징계를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잘 알려진 대로 MBC 노조는 정권이 임명한 사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사내외의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김 사장의 약속을 믿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황희만 씨를 보도 책임자에서 해임한다며 오히려 부사장에 임명하는 거짓말로 사원들을 기만해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 그러고는 오히려 징계를 선언했다. 뻔뻔함과 적반하장의 극치다.
게다가 김 사장은 ‘큰집의 지시로 MBC 사장의 조인트를 깠다’는 말을 한 김우룡 전 이사장을 고소하겠다고 약속하고는, 그 약속도 또 어겼다. 자신의 말을 수시로 뒤집고는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사원들을 징계했다. 사내 게시판에서 자신의 인격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사람이, 자신의 회사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안긴 사람에게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순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큰집의 지시로 김재철 사장의 조인트를 까서 MBC 좌파를 척결했다’는 김우룡 전 이사장의 말은 그래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본다면, 이번 MBC의 파업과 그 징계에 이르는 과정에 정권의 손길이 미쳤다는 점을 부인할 근거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MBC 사태를 비롯한 언론인들에 대한 무더기 학살에 가까운 징계가 유독 이번 정권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권이 임명한 사장을 반대했다가 YTN에서는 6명의 기자가 회사에서 쫓겨났다. 언론인이 이렇게 무더기로 쫓겨나는 사례는 신군부 집권 이후 처음이다. 징계와 보복성 인사는 이명박 정권에서 다반사가 됐다.
후진적인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언론인 학살과 언론 장악의 결과는 민심이 말해준다. 정권에 순치된 언론을 이용해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천안함의 비극을 지방선거의 호재로 이용하기 위해 애썼지만 그 결과는 권력에 대한 분노의 표심으로 드러났다. 언론을 장악한다고 해서 진실을 가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왜 아직까지도 외면하고 있는가. 언론 장악을 위한 음습한 시도를 멈추고, 언론 장악을 고민할 시간에 국민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을 지지했던 보수신문들조차 여권의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금까지의 입장에서 돌아서는 모습이 의미하는 바를 정권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내던지고, 당근과 채찍으로 언론을 장악해 그동안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왔지만, 그마저도 이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수신문들이 먼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몸이었던 보수신문들마저도 민심을 감지하고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다. 민심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격언의 두려움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실패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제라도 민주주의의 정도를 걷기 바란다.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선택은 정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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