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성급한 보도가 죄 없는 초등교사를 성추행범으로 만들었다.

6일 광주지검은 지난해 10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남 보성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제자 성추행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피의자 김 씨에게 특별한 이상반응이 없는 등 진실하고, 피해자 학생들의 진술에는 진실에 부합하는 준거가 없다며 이같이 결론지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1일 보성 모 초등학교에 임용된 초임교사 김씨가 같은 달 25일과 28일 오전 학교 교재연구실에서 A(10)양과 B(11)양을 각각 불러 명상을 하게 한 후 성추행했다는 내용으로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 초등교사인 김 씨의 구명운동에 나서는 등 진위 논란이 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선닷컴, MBC 등은 김 씨를 성추행범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하는 등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피의자 인격과 명예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조선닷컴은 지난해 10월12일 ‘“입에 손가락 넣어 명상하게 했다” 전남 시골초교 담임교사 성추행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요즘 힘들지? 명상해 볼까? 눈을 감고 입을 벌리자.”, “오늘 집에 가면 엄마한테 말을 할 거야. 선생님이 이상한 것을 입에다 넣었어.” 등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또한 “(김씨가) “XX는 아니지만 입에 손가락을 넣어 명상하게 했다”고 말을 바꿔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등 사실 왜곡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피의자 가족들은 이에 대해 “입에 손가락을 넣었다는 말은 언론이 꾸며낸 것”이라며 “교육대학에서 배운대로 심리상태가 불안한 학생을 명상 시켰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의 흥행몰이식 기사에 6개월 동안 남모르는 눈물을 흘렸다”며 “기자가 현장 취재만 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추행 장소라는 교재연구실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학생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으로 성추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장소라는 게 검찰 등의 지적이다. 조선의 이 기사는 현장 답사 없이 재구성된 기사다.

MBC 역시 10월15일 ‘성추행 교사는 학교로! 피해 학생은 집으로?’라는 아침 프로그램인 ‘생방송 오늘 아침’ 소개용 글을 통해 “아이들은 등교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담임교사는 버젓이 출근을 하고 있다는데” 등 피의자를 ‘성추행범’으로 단정했다. 다시보기는 삭제한 상태다.

초등교사 김씨의 가족들은 이에 조선닷컴, MBC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 민·형사 소송을 검토 중이다.

김 씨의 부친은 “언론의 흥행몰이식 보도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 지 깨달았다”며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소송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 [email protected]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