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분쟁과 관련 SBS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협상 마지노선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스폰서 업체와 방송권자간 광고협상 기간이 4월 말부터 시작되기 때문. 이 기간을 넘기면 KBS와 MBC가 중계권을 사더라도 공식적인 광고 협상창구가 사라져 재원마련이 힘들어진다.

실제 SBS 측은 FIFA에 공식스폰서와의 광고협상 개시기간을 개막 10주 전(3월29일)에서 5주 전(4월30일)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FIFA 측은 아직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BS와 MBC가 12일과 13일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협상은 지지부진한 반면 시시각각 마지노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BC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SBS가 코리아풀 제시금액을 알아낸 후 더 높은 액수를 불러 방송권을 따냈다”며 “이는 명백하게 MBC의 입찰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MBC가 월드컵 방송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영업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도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SBS가 저지른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SBS가 KBS와 MBC의 손발을 묶어 놓고 비밀리에 단독 구매함으로써 KBS와 MBC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SBS는 이에 대해 “형사상 입찰 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입찰절차가 공식적으로 존재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SBS가 월드컵 방송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공식적인 입찰절차가 전혀 없었고 월드컵 방송권은 입찰 방식이 아닌 FIFA와의 개별 계약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SBS는 KBS, MBC에 전체 중계권 판매 대신 개별 경기 구매를 제안했으며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가치 상승 △각종 비방 보도로 인한 SBS 손해 △공동중계에 따른 SBS 불이익 등을 산출해 구매 희망가격에 포함시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BS, MBC가 이를 무리한 요구라며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히면서 협상은 진전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민왕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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