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조(위원장 심석태)가 지난달 29일 파업 찬반투표 결과 90.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안을 통과시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적 조합원 1천68명 가운데 1천29명이 투표에 참여 96.4%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데다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의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노사 모두 결과에 깜짝 놀란 반응이다.
이는 지난 2월 MBC의 ‘김재철 사장 저지 총파업 투표’의 찬성률 75.9%, 지난해 3월 미디어법 총파업 당시 KBS의 파업 찬성률 84.9%, YTN의 ‘구본홍 사장 저지 총파업’ 찬성률 72%를 뛰어넘는 수치다.
SBS에서 이같이 높은 찬성률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SBS 한 기자는 ‘대주주와 지주회사는 물론 무능한 경영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주회사가 SBS의 공익성과 살림살이보다는 대주주 이익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걸 구성원들은 모두 실감하고 있다”며 “보도에도 언제든 관여할 수 있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자 방송의 공영성을 위한 최종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SBS 내부에서는 과거 ‘소유와 경영 분리’를 주창한 대주주의 약속 파기와 SBS 콘텐츠 헐값 판매를 통한 계열사 살찌우기 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SBS의 또 다른 기자는 “사실상 SBS 사장은 권한이 없고 대주주가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간 노사 임단협에서 사측이 보여온 지지부진한 태도는 윗분 눈치 보기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이번 파업 찬반투표로 기자들은 물론 전 구성원이 마지막 보루인 노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BS노조는 지난 1일 사측이 협상에 응해 파업을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파업 찬성률이 91%에 달해 사측이나 대주주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노조는 우원길 사장과 최종 담판을 진행하는 등 콘텐츠 운용위원회 설치 및 간부 중간평가제 도입을 요구하며 결렬될 경우 파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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