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에 대한 감사가 언론계 안팎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된 감사원의 예비감사는 이달 들어 곧 방문진에 대한 본감사로 이어질 것이다. 방문진이 MBC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최대 주주임을 고려하면 이번 감사는 MBC에 대한 간접감사도 될 수 있는 만큼 더욱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감사원 측은 이번 감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방통위가 지도감독하는 방문진,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파진흥원 등 모두 4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이라며 “오랜 기간 감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덤덤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진행되는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를 지켜보는 언론계 인사들의 표정은 결코 편하지 않다.
왜 지난 12년 동안 감사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감사를 하느냐 하는 것이 우선 가장 큰 의문이다. 더구나 이번 감사의 시점은 MBC의 엄기영 사장이 보도, 제작 등 중요 본부장들의 선임 문제를 놓고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과 힘 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이번 감사 이후엔 MBC의 2월 주총, 그후의 민영화 추진 문제, 10월로 예정된 방송 재허가 등 일련의 굵직한 일정이 있다. 이런 상황과 감사를 맞물려 생각하면 우리는 이번 감사에 대해 여러 부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감사결과를 2월 주총의 경영진 교체에 활용한다거나 민영화나 방송 재허가에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감사는 보수 시민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가 감사원에 대해 “MBC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다”면서 방문진에 대한 공익감사를 요청한 뒤에 이뤄지고 있다. 이번 감사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 KBS의 정연주 사장을 몰아낼 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 감사원은 특감을 통해 KBS 사장에게 사퇴압박을 가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에 대해 그들의 말을 결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감사원은 현재 방문진 직원의 상벌, 인사위원회, 방문진 예산 등에 관한 자료를 받아 살펴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거의 전례로 볼 때 방문진 감사 도중 MBC 자료가 제출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이런 맥락에서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는 어떤 형태로든 MBC에 대한 간접 감사로 연계될 개연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방송계 인사들은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에 대해 “MBC에 대한 간접 감사”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MBC의 관계자들은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에서 여러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면서 “어떤 의도를 갖고 감사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감사결과를 활용해 MBC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에 찬 시선도 있다.
방문진 이사진 중 한 명인 정상모 이사도 이번 감사에 대해 “MBC의 자율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이사는 평화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는 방송저널리즘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정권의 의도를 읽고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원의 행태를 수시로 보았다. 감사원이 방문진 감사와 관련된 언론계 안팎의 우려가 기우로 끝날 수 있도록 입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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