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의 '촛불 트라우마'

기수가 말(馬)을 자기가 원하는 속도와 방향대로 몰기 위해서는 재갈과 채찍이라는 도구가 필수적이다. 재갈은 말 입에 가로물리는 쇠토막으로 말을 제어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구이며, 채찍 또한 말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다.

요즘 이명박 정권의 언론 통제를 위한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기수에 제압당하는 말의 처지가 연상된다.
먼저 그동안 한나라당과 현 정권에 비판적이던 방송사들에는 MB정부의 정권 유지 담당 홍위병들이 휘두르는 막무가내식 채찍에 깊은 생채기가 선명하다. 방송국과 통신업체의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시중 위원장은 KBS를 ‘색깔 없는 방송’으로 만들겠다면서 공공연한 언론통제 발언을 하는가 하면, 점령군으로 진입한 MBC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우룡 이사장은 MBC 경영진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KBS는 현 정권의 ‘정연주 사장 죽이기’ 이후 정권의 입맛에 맞추고 있고, 최근 친정권인사로 구성된 새 이사진이 진용을 갖추면서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위한 환경으로 정비해가고 있다.

YTN은 현 정권 낙하산 사장에 대한 투쟁과 이에 대한 보복인사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에는 일부 기자들이 난데없이 지방으로 좌천됐고, 해직 기자들은 출근 봉쇄라는 ‘극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MB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한 언론장악 시도가 이처럼 노골적인데도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신문들은 침묵은 고사하고 방송 죽이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이라는 방송진출에 혈안이 돼 있던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신문들에 요즘 정권 비판은 금기가 됐다. 혹시 정권에 밉보였다가 종편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신문에 ‘종편’이라는 확실한 재갈을 물려놓은 셈이다.

메이저 보수신문들은 몸사리기에 그치지 않고 방송 죽이기에 팔소매를 걷어붙이면서 자사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미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포기했음이다. 과거 촛불정국에서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인터넷 포털들도 그동안 정부의 집요한 압력에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고 있다.

‘방송과 인터넷에 채찍, 신문에 재갈.’
현 정권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은 MB정부의 정통성과 지지기반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광화문의 수많은 촛불에 경기(驚氣)로 아직도 시달리는 MB정부에는 방송장악이 당장 생존의 문제인 듯싶다. 결국 MB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는 도덕적 기반과 철학이 없는 사상누각의 현 정권이 ‘촛불 트라우마(심한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나 다름 없다. 안타까움을 넘어 연민의 정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무리수는 또 다른 무리수를 부른다. 또한 무리수는 결국 부(負)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은 과거 정권에서도 수없이 경험했다. 부디 현 정권이 ‘촛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정신궤도로 되돌아오는 것, 그것이 혹시 있을 정권 교체 때 그나마 몸을 보전할 수 있는 ‘보험’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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