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왜 국민들과 언론인들이 반대하는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려는가. 한나라당은 정작 분노한 민심이 보이지 않는가. 민주당 의원들이 직권상정 시 의원직 총사퇴를 선언하고 방송사들과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이 내세운 미디어법의 최대 명분은 일자리 창출과 미디어시장 선진화였다. 이 때문에 시급한 법이라는 논리를 폈다.
일자리 4만개 창출, 미디어시장 규모 2조원으로 확대, 다 좋다. 그런데 이미 그 주장이 잘못된 통계와 해석으로 인한 것이며, 그 효과가 크지 않음이 입증되고 있지 않은가. 이미 여당 안에서도 시급한 법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물론 국회에서 노동법 등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선례는 있지만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법, 그리고 여론 형성 기능을 갖는 언론 관련 법은 정파간 합의를 통해 제·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미디어발전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서로 연구하고 합의로 법안을 만들자고 했고, 미발위는 한발짝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았는데, 여당은 이번 회기에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 법안의 시작부터가 의심스럽다. 일부 보수신문과 재벌을 등에 업은 의원들이 갑자기 일자리와 미디어시장 규모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그 허구성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이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최선인 양 선전되고 있다. 더불어 미디어법이 마치 정국의 주도권 장악의 시금석인 양 변질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에서도 박근혜 측에서 새로운 안을 들고 나오며 일방처리를 반대하지 않는가? 선진당과 창조한국당도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 대화하자고 하지 않는가? 같은 당 안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법안을 직권상정으로 통과시킨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인가.
실제 많은 선진국에서는 언론 제도를 바꿀 때 수년에 걸친 연구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상업방송이 근간을 이루는 미국에서도 신문과 방송 겸영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연방통신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제출한 뒤 공청회와 토론회, 여론조사 등 수년간의 논의를 거쳤고 결국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느 나라도 일방적으로 신문과 방송법을 통과시킨 사례는 없다. 그만큼 미디어 관련 법은 사회적인 합의 도출이 중요한 법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언론인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하다. 언론노조와 방송사 노동조합이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MBC, SBS, YTN, CBS, EBS 등 방송사 노조가 언론악법 저지 총파업에 나선 것이다. KBS 노조도 동참키로 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정론을 밝히려는 기자들도 파업이라는 생존권의 마지막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법과 관련된 비상식적인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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