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최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보도를 문제삼아 문화방송 MBC의 ‘뉴스후’와 ‘뉴스데스크’, ‘시사매거진 2580’ 세 프로그램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징계 사유는 세 프로그램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결여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방통심의위의 이번 징계를 보면서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통심의위마저 현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현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는 우선 인적 청산에서 시작됐다. 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낸 인물들을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각 방송사에 낙하산 투하했다. KBS와 YTN의 사장 인사가 대표적이다. 현 정부는 그 점에서 후안무치하다. 과거 정부와 달리 낙하산 투하를 하면서 국민들의 눈치를 조금도 보지 않는다. 방송사의 낙하산 사장들 역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인 본연의 사명을 져버린 지 오래다. 오로지 자신의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중무장한 채 방송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을 모두 자신의 편으로 채웠다.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좌파’로 매도하며 몰아내고 있다.
그래도 다수의 양심적인 인사들을 모두 쫓아낼 수는 없었던 것인가. 이제 방통심의위가 나섰다. 방통심의위가 개별 프로그램에 일일이 간섭하며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뒤 사회적 논란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가 유독 많아진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노무현 정부 시기 최고점을 이루다시피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의 기세가 최근 한풀 꺾인 양상이다.
방통심의위가 징계의 사유로 내세우는 객관성과 공정성 또한 문제다. 우선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특히 방통심의위의 제재는 하나같이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살짝 눈을 감는다. 제야의 종 타종행사 과정의 화면을 조작한 KBS에 대해 어정쩡하게 징계 아닌 징계를 내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한마디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판단이 오로지 정권의 시각에서 이뤄지고 있다.
뉴스 진행자의 마무리 발언에 대한 징계에 이르러서는 방통심의위가 최소한의 양심마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에서는 뉴스 진행자의 발언이 도마에 오른 적이 거의 없다. 미국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폭스뉴스 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거침없이 공산주의자라 말하고, 일본의 아사히TV 진행자도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개진하고 있는 게 이들 국가 언론의 실상이다. 뉴스 진행자의 발언에는 주관적인 논평이나 의견개진이 포함되는 것이 당연한 ABC인데, 우리 방통심의위는 이런 현실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방송사 보도를 보면 시절이 흉흉하다. 우리 경제가 상당한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당면 현실인데, 이와 관련된 정치나 경제 뉴스보다는 살인이나 강도 같은 사건사고 기사가 넘쳐난다. 가끔 등장하는 국회 뉴스도 구체적인 법안 내용보다는 패싸움을 다루는 사회부 기사로 전락했다. 최근 청와대가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이 검거되자 방송사에 기삿거리를 최대한 제공해 용산참사 사건을 덮으라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밝혀져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사건사고 보도가 부쩍 늘어난 것은 방통심의위의 제재를 피하려는 언론사의 자구책인가. 아니면 어려운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말라는 현 정부의 세심한 배려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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