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언론이 희망이다

한해를 돌아보게 되는 세밑이다.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를 천명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그 기간 동안 한국의 언론이 처하게 된 엄혹한 현실에 우리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현 좌표를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 인사로 촉발된 YTN 사태는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노조위원장 등 기자 6명이 해직됐고, YTN 사옥 앞 차디 찬 바닥에서는 우리의 동료들이 농성 중이다.

KBS의 정연주 사장은 교체됐고, KBS 방송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은 징계를 받게 될 처지다.

MBC에 대해서는 ‘MBC 민영화론’을 간접적으로 들먹이며 정부가 압력을 가하는 형국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9일 “MBC가 공영인지 민영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공공연한 협박이 아니면 달리 뭐라고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이명박 캠프의 언론·방송특보단이 줄줄이 낙하산을 타고 언론기관과 유관기관의 수장으로 있는 것을 거론하는 건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데 사족일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재벌과 거대 신문사가 방송을 소유하게 하는 미디어 관련 법 7개를 한나라당이 곧 강행 처리할 태세다. 그뿐 아니라 언론진흥기금의 선별적 지원을 통한 신문사에 대한 통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노골적인 언론 통제와 방송 장악 기도에 한국의 언론은 지금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로 언론 자유의 심각한 후퇴이자 공익성의 심대한 훼손이다.

그뿐이랴. 대외적인 경제 한파의 쓰나미는 우리의 언론환경을 더욱 옥죄고 있다. 광고시장의 급격한 축소로 각 언론사마다 경영압박이 극심하다. 연말 상여금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이고, 임금 동결에 더 나아가 삭감을 검토하는 곳도 여러 곳이다. 구조 조정을 포함해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시련들이 닥쳐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좌우를 둘러봐도 짙고 짙은 암흑뿐이다.

인류에게 가장 큰 시련이었던 암흑을, 성경에서는 노아의 홍수 직후로 그리고 있다. 40일 밤낮으로 비가 내리고 온 세상이 짙은 암흑에 묻혔다. 방주에 타고 있지 않은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 크나큰 시련이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암흑에 절망하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었으랴?

하지만 그때 암흑의 시대가 끝났음을 전해준 메신저가 있었다. 감람나무 가지 하나를 물고 방주로 돌아온 비둘기다. 40일간 암흑으로 뒤덮여 천지를 분간할 수 없었던 순간에 진실을 전해준 메신저, 언론이 마땅히 그 역할을 해야 할 시기다.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정론이 뿌리 내리기 힘든 척박한 토양에도 민주 언론의 밀알이 있었고 그 싹은 결국 뿌리를 내리고 기어코 꽃을 피워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언론인들이 사명을 잊지 않는 한 언론은 어둠 속의 이정표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희망이 될 것이다.

다시 언론의 본질과 역할을 상기하며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외적인 독립뿐 아니라 언론인으로서 내적 자유를 지키는 노력을 경주하며 스스로 견고하고 단단해질 때 어둠은 절로 걷혀나갈 것이다. 언론이 우리의 희망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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