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별 임·단협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일부 타결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신문사, 방송사에서는 노사 간의 입장 차로 쉽지 않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본보 11월5일자 참고)
회사 측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금융 위기를 통해 촉발된 뒤 삽시간에 실물 경제 위기로까지 번진 외부 환경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하다. 자본주의 경제사상 초유의 사태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이런 만큼 개별 회사 차원에서 쉽사리 생존의 비전과 전망,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기자 등 언론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일방적 고통 분담 요구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됨은 분명하다. 언론 노동자들 역시 현 경제 위기 상황의 심각성, 필요한 조치로서 고통 분담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 그저 단순한 결과론적인 방법으로서 고통 분담이 아닌,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총체적으로 마련된 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고통을 분담할 수도 있을 게다.
회사 측 경영의 책임자들은 진솔하게 한 번 돌이켜보자.
현재 위기의 원인이 고스란히 외부의 탓 뿐인가. 경영상의 판단 잘못이나 안일한 대처는 없었나. 부도덕과 무능력이 작용한 바는 없나. 또한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노조(혹은 회사의 구성원들)와 공유하려고 시도한 적이, 혹은 그러한 기억이 있는가. 현 상황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을 선행했나. 노조에 고통을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가한 고통 분담이 있나. 고통 분담과 앞으로 대책 마련을 위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 지표와 숫자를 ‘가감 없이’ 모두 공개한 적이 있는가. 아마 어느 대목에서도 흔쾌히 ‘예스(Yes)’라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사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다.
지금은 언론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 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임·단협 협상을 풀어나갈 때가 아니다. 그러한 대증요법으로는 경제 위기, 언론 위기를 결코 뚫고 나갈 수 없다. 언론 노동자의 생존권적 기반 붕괴, 조직에 대한 불신의 심화, 신문·방송사의 비전 부재 등 끝없는 악순환만이 반복 생산될 뿐이다.
지금은 노조와 회사가 함께 상생,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실례로 경향신문 노조는 회사에 ‘기본급 10만원 인상’이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안을 내놓으면서 비정규직 문제와 정년 연장을 단협안으로 함께 제시했다고 한다. 또한 기본급 3% 인상에 합의한 서울신문 노사는 정년 연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임을 함께 합의했다고 한다.
두 회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임금을 얼마 올렸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설령 임금 인상의 폭이 물가상승률에 턱없이 모자라고, 그간의 경제 성장률을 반영하지 못할지라도 ‘노사 대타협’이 가능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언론 노동자들은 비록 임금 인상 폭을 양보하며 아쉬움이 남겠지만, 정년 연장을 통해 안정된 내일에 대한 희망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회사별로 구체적인 처지와 실정이야 다르겠지만, 아직 임·단협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신문 방송사들의 노사도 양보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지혜를 찾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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