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신문보도 '쥐락펴락'

현대차·두산 비자금, 한화 보복폭행 때 그룹광고 대폭 늘려



   
 
   
 
언론재단 연구서 ‘경제저널리즘의 종속성’


삼성이 비자금 의혹을 주도적으로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에 3개월 째 광고를 거의 싣지 않고 있는 것은 재벌이 비판적 언론에 대해 광고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는 대한민국 최대 광고주인 삼성에게만 한정된 문제일까.

한국언론재단이 발간 예정인 연구서 ‘경제저널리즘의 종속성-한국 신문의 재벌 보도와 광고의 관계’는 삼성을 필두로 현대, 한화, 두산 등 한국 재벌들이 광고를 ‘당근’ 또는 ‘채찍’으로 삼아 신문 보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연구서에 따르면 재벌들은 필요할 경우 신문 광고량을 대폭 늘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이끌어냈으며, 비협조적이고 비판적인 매체에 대해서는 광고를 끊거나 양을 줄였다. 특히 일부 신문들은 광고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재벌 앞에 저널리즘의 가치를 저버린 채 타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현대·기아차그룹의 광고집행금액은 4월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현대·기아차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정몽구 회장의 구속이 가시화되는 시점이었다. 3월 42억여원이었던 광고금액은 4월에 72억6천여만원으로 한 달 만에 72%나 뛰었다.

이 시기 정 회장은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구속됐고, 구속된 지 6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신문들은 정 회장이 구속되자 정 회장을 구속해선 안된다는 논조의 기사들을 전진 배치하고, 정 회장이 사재 1조원을 출연할 계획이라는 발표를 크게 보도했다.

그룹 총수가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된 한화그룹도 광고를 통해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는 2007년 5월 신문광고로 23억9천여만원을 지출했다. 4월(13억8천여만원)에 비해 73%나 늘어난 액수다. 5월은 경찰의 본격 수사로 김승연 회장의 구속 수사를 면하도록 하기 위해 한화 측이 안간힘을 쓰던 시기였다. 한화의 신문 광고는 6월 28억여원, 7월 22억9천여만원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이한 점은 한겨레와 경향의 한화 광고는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한겨레에 대한 한화 광고는 4월 1억1천여만원에서 5월 9천7백여만원으로 12.78%, 경향의 경우 4월에 2억1백여만원이었던 광고비가 5월에 1억8천2백만원으로 10% 가까이 줄었다. 반면에 4월 대비 5월 한화 광고비는 헤럴드 경제 2백99%, 국민일보 2백95%, 문화일보 2백58%, 서울신문 1백93%, 매일경제 1백66%, 중앙일보 1백59%, 동아일보 96%, 조선일보 85%가 늘어났다. 광고를 통한 비판 언론 길들이기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밖에 두산그룹도 지난 2005년 5월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광고물량을 대폭 늘렸고, 대다수 신문들은 ‘국가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 ‘박용성 회장이 스포츠외교에 공헌할 수 있도록 선처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연구서는 “전체 수입의 80~90%를 광고에 의존하는 신문들은 광고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재벌 앞에 ‘공정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버리고 타협했다”면서 “한국 신문들이 현재의 경영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판매부수를 늘리려는 출혈 경쟁을 중단하고 그 자원을 지면의 품질을 높이는데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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